"사라진 놀이, 지역사회가 학교와 함께 고민해야"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김민중 기자, 김영상 기자, 박치현 기자, 정한결 기자 2017.11.1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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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미래다2- 초등학교 시간표를 바꾸자] '학교 안 놀이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전문 ②

편집자주 "중요한 줄 알아도 시간이 없다." 아동 놀이의 중요성을 집중 조명한 머니투데이 '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기획기사를 접하고 많은 부모들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아이들이 빼앗긴 시간을 돌려주려면 결국 교육시스템이 움직여야 한다. 성장의 중요한 열쇠인 놀이를 보장하기 위해 학교부터 놀이를 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그 첫걸음으로 초등학교 시간표부터 바꾸자는 제안이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사진=이기범 기자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사진=이기범 기자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주기 위해 학교도 한 몫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 체계의 변화가 놀 줄 아는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결정적인 열쇠라고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회와 정부가 법과 정책으로 이런 변화를 밀어주는 '후원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머니투데이와 세이브더칠드런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정부와 국회의 과제 등이 논의했다. 청중 130여명이 2시간 넘는 토론을 보고 직접 발언도 했다. 교사, 시도교육청 담당자, NGO(비정부기구) 관계자, 유아·교육 전공생, 시민활동가 등 청중의 면모는 다양했다.


이날 2부 토론은 정선아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은하수양(서울 면목초6), 오명화씨(학부모 대표), 오강식 교사(전국놀이교사모임 가위바위보 대표),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지원특임센터 소장, 성은모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권영민 교육부 교육과정운영과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다음은 토론 내용 전문이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오강식 교사(전국놀이교사모임 가위바위보 대표)가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오강식 교사(전국놀이교사모임 가위바위보 대표)가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오강식 교사) 감동적으로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이전 토론회에도 얘기하기보다는 놀았다. 그런데 놀기가 힘든 분위기다. 기지개부터 켜보자. 원래는 놀이를 준비했었지만 (하지 않겠다). 저는 희망적인 얘기를 하려고 한다. 교사들은 희망적인 걸 말해야 되니까. 제가 올해 육아휴직을 했다. 밖에서는 '아이들과 놉시다'라고 말하면서 제 아이들과는 못 노는 거 같아서 그랬다.

둘째에게 학원 뭐 다니고 싶은지 물었다. 태권도 하나 다니는데, 둘째가 그건 노는 게 아니라고 했다. 줄 서야 하고 선생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곳이니까. 그래서 아이와 함께 놀이터를 갔다. 그런데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 첫째 때도 육아휴직 했는데 그때는 좀 있어서 (이번에도) 기대를 했었다. 놀이터가 아파트 단지 곳곳에 많은데 '이게 아니다' 싶어서 자동차를 타고 놀이터 투어를 했다. 저희가 나타나면 그 아이가 환성을 지른다. "○○하면 되겠다!" 3명이서 할 수 있는 놀이 4명이서 할 수 있는 놀이 등을 말하는 거다.



제가 육아휴직 할 때 여행 가고 싶어서 (둘째에게) 학교 땡땡이 치고 놀러가자고 했다. 그런데 자신은 학교 간다고 한다. 친구가 있으니까. 학교 가서 잘 논다. 잘 놀게 된 담임선생님, 친구, 돌봄선생님에게 고맙다. 교육청에서 지원하지 않아도 돌봄선생님이 마음껏 놀게 하시고. 담임선생님도 실컷 놀게 해주신다. 그런 선생님과 아이들이 있어서 희망적이다. 은하수 학생도 감동적이다. 준비했던 얘기가 다 담겨있어서 따로 얘기를 안 해도 될 것 같다. 2학년 담임선생님은 너무 잘 놀아 주셨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것을 허용해 주신다. 사실 초등학교 애들이 돌아다니는 게 정상이다. 그래서 아이가 아빠, 형보다 학교를 좋아하게 됐다.

최근 1, 2학년 교육과정에는 '놀이'가 많이 들어가 있다. 이를 힘들어하는 선생님도 계시고 '이거지'하며 신나게 노는 분들도 계신다. 왜 아이가 못 놀게 됐는지 얘기해보자고 했었다. 안전이 너무 강조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안전이 강조된 이유가 세월호 때문이다. 세월호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가만있지 말고 탈출하라고 교육시켜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또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다치면 안된다고.



교사도 사실 놀고 싶다. 아이들과 놀았을 때 친해지고 교육이 잘된다. 제가 있는 학교도 상처 입은 아이들이 있다. 대안학교인데 처음에는 사랑을 주려고만 했다. 그런데 사랑을 주려고만하면 쏙쏙 빠져나간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같이 놀다보면 마음이 열린다.

더 많이 교육과정 줄이고 교사가 더욱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각종 업무 너무 많다. 놀이교사모임을 하는데 교사 연수 제목이 '용기 있게 놀아보자'다. 잡무, 안전, 학부모님 등을 생각하면 교사가 용기를 내야 놀 수 있다. 다행히 용기가 없어도 놀 수 있게 하는 지원 제도들도 있다. 내년에는 교육부차원에서 이를 진행한다는데 잘 추진된다면 좋겠다.

더 든든한 지원자도 있다. 어머님들이다. 학부모 지원단 사업이 있다. 인천에서는 처음 시작한다. 어머니가 놀이전문가다. 우리 세대가 마지막 놀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지금 교육대학교 가는 친구들은 못 노는 반면 어머니들은 잘 논다. 한 시간만 있어도 웃음꽃이 피어난다. 자연스럽게 놀이 지원단이 만들어졌다. 아빠도 마찬가지다. 아빠학교 만들면서 아빠의 능력 보여주고 같이 놀면서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마지막 하나, 다 다르다. 라면이 주식인 애들이 있다. 저희가 어렸을 때 라면이 주식인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그런 아이들이 있다. 서울에선 잘 안보일 수 있다. 지방으로 가거나 지역 속에서도 선생님들 여럿이 만나면 '혼밥'(혼자 먹는 밥) 먹는 아이들이 많다. 저희 아이는 학교는 노는 문화가 정착했지만 어떤 아이들은 그냥 집에 가서 라면을 먹는다. 차별이 없어야 한다.

중간놀이 시간도 만들었다. 앞서 조삼모사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말했는데, 생각 바꿔보면 안되나. 중간 공부. 저희는 점심시간 1시간 30분이었다. 놀이를 하면 아이랑 선생님이 싸우지 않게 된다. 초등학교 선생님 만났는데, 애들이 '학교 만든 사람 XX하고 싶다'고 하더라. ‘XX’를 은하수 양 앞에서 말할 수가 없다. 선생님이 하신 건 아침 놀이였다. 이후 마음을 열며 공부도 하더라. 아이들이 언제 행복한지 주목하는 선생님, 부모들이 됐으면 좋겠다.

▶(정 교수) '언제 놀아요?' 하고 아이들이 묻는다. 마음대로 하는 건 놀이지만 선생님이 주도하는 건 놀이가 아니다. 인간다움의 원천을 살리자는 말로 알아듣겠다. 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지원특임센터 소장이신 김경애 박사님 소개한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자육학기제지원특임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자육학기제지원특임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지원특임센터 소장) 궁금한 게 생겼다. 학교 현장에 관련된 분들은 손 좀 들어달라. 애들 수업하느라고 짬을 내기 어려운 시간이다. 토론자마다 역할이 있으실 텐데 제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저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왜 놀이를 얘기하는가, 우리가 왜 '학교'를 갖고 놀이를 얘기하는가, 예전에는 학교가 공부를 위한 곳이었는데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그렇게 3가지로 정리했다.

'저는 학교 가는 게 좋아요' 이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중학교 막 들어온 학생에게 '네게 학교는 뭐니?'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말하는 게 친구가 있는 곳이다. 다른 곳은 없다. 집에는 형제도 없다. 밖에는 친구가 없다. 학원은 쉬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 학교는 놀이동산 같다. 서로가 서로의 무한한 놀이도구다. 우리 교육에서 학교 스포츠클럽, 중간 놀이시간. 자유학기제 등 정책흐름을 봤을 때 우리가 예전에 생각하던 머리띠 두르고 씨름하듯 공부하던 모습에서 벗어난 것 같다. 이 시점에 필요한 공부는 달라졌고 그런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 (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부한다. 그런데 어른들의 삶을 보면 굉장히 긴 시간 일하는데 업무효율은 떨어진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우리의 삶을) 투영해 보게 된다. 주4일제 회사, 애플파크, 유연근무제, 공간제공 등 해외는 변하고 있다. 이 아이들이 사회에서 해야 하는 역할을 봤을 때 잠깐 놀이시간을 주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숙제를 (어른들이) 안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왜 학교인가. 기존의 방식대로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놀이를 얘기한다. 수업에서도 자율·창의를 주목한다. AI(인공지능)시대에 패턴화할 수 있는 것은 기계가 할 것이고 인간은 기존에 없던 것을 하게 된다. 지금 태어나는 애들은 기대수명이 142세라는 내용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나온 적도 있다. 학창시절은 아이들이 앞으로 100년 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양과 습관을 기르는 시기라 생각해야 한다.

또래문화라는 게 사장되고 고갈됐다. 만약 그것이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된다면 학교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또래문화가) 없어져버린 이 상황에서는 또래들이 있고 아이들이 모여 있는 이 학교가 중요하다. 선생님들은 답답할 수도 있겠다.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학교에만 떠넘기는 상황인 것 같다. 사회가 변하는 상황에서 학교도 변해야 하지만, 학교 혼자의 힘만으로 절대 할 수 없다. 결국 누가 할 것인가로 연결된다.

이제는 지방자치, 학교자치의 시대다. 교사의 교육과정에 대한 권리도 인식해야 하는 시대다. 중앙집권적 정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제약적이다. 현장에서 하기 힘든 제약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실시해야 한다. 더불어 놀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역할을 고민하고 놀이판을 키워나가면서 연계할 수 있는 논의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성은모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성은모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성은모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학교에서의 놀이 활성화라는 토론 의뢰를 받고서 어떻게 학교를 중심으로 할까 생각해봤다. (연구원은) 인성, 사회성, 협동성, 리더십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에게, 학생들에게 인지적인 것 이외에 놀이(활동)로서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이런 연구를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놀이에 대해 고민했고, 정책을 들여다보게 됐다.

가장 중요했던 것이 이 놀이를 정책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맞는가하는 의문이다. 놀이가 정책이 되는 순간 무목적성, 무계획성이라는 본질적인 것을 잃는다. 인간을 호모 루덴스라고 한다. 실제적으로 서론에서도 나왔지만 인간의 본성은 놀이에서 문화가 발생됐다는 것이 호모 루덴스다. 이 단어가 우리 문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축이 아닌가. 교육이 교육이 되는 순간 창조적 발전이 없다. 일이 일이 되는 순간 성공으로 나가는 길이 닫힌다. 교육이 놀이가 되는 순간 우리의 일이 놀이가 되는 순간 곧 문화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생각. 그런 의미에서 놀이가 무엇인가라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가 하는 것이 어떤 일이든지 간에 놀이가 놀이가 되면 놀이가 아니다. 해야 하는 일거리. 놀 시간 주고 공간 주고 해도 못 놀아? 놀라고 하는 의무,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본다. 멍석 깔아줘도 못 논다는 것이 놀이에 대한 아이에 대한 폭력. 김은하수 학생이 얘기했지만, 놀아본 애들이 놀 수 있다. 놀아보지 않고 서 어떻게 놀게만 하는가. 김은하수 학생 얘기에 100% 공감한다. 놀라고 해놓고서 놀 데고, 공간도 없고, 스마트폰하며 또 혼내고.

과거의 향수로 놀이를 생각하는 듯하다. 요즘 아이의 놀이 환경은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 놀이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하지만 학교에서 문제를 풀 수 있을까? 가정, 사회 등 본질적인 문제 있다. 선생, 부모 다 놀고 싶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가 놀이와 교육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 때문이 아닌가. 공부 자체가 놀이가 될 수 있지만 '엄친아', '엄친딸'이라고 바라보면 좋겠다고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입시제도 문제를 보자. 저는 입시제도가 문제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문화가 문제다. 대학은 자격증 같은 것이 됐다. 꿈이 다양하고, 진로도 많은데 부모님, 선생님은 아이가 "저 미용사 되고 싶어요"하면 "어, 대학가서 미용사 돼"라고 한다. 이런 대학 만능주의가 문제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대학 가서 하고 싶은 것 하라는 말이다. 다양한 길을 만들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로 보인다. 서울대 15%가 자퇴한다. 60%이상이 공부를 고민한다. 걔네들은 공부 잘 한다고들 생각하지만 역시 취업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놀이 문화를 고민할 때 이런 문화, 사회환경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놀이문화 DNA를 부모와 교사의 인식개선과 병행해서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변화가 가능한 공간이) 학교라는 것. 가장 많은 친구가 있는 곳이 학교. 과거 학교의 역할과 지금 학교의 역할은 다르다.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것보다 선생님들의 의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책임과 권한을 같이 줘야 한다.

또 하나, 부담이 되면 안 된다. 목적과 과정이 다 좋은데도 사건사고 딱 하나만 나면 교장선생님이 학생들 운동장도 못나가게 한다. 성과주의 제도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교육도 안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외부의 압력, 요구에 의해서 변화하면 상당히 경직된다. 잘못되면 교육청에 전화하고 그러면 교권이 위축된다.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문화를 경직시킨다. 그런 의미 속에서 교사와 학생이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놀이를) 생각하고 참여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 맥락에서 교육과정 운영해야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노는 건지 공부하는 건지 구분 안 되게끔 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두 가지를 같이 해야하는데 수단을 무시할 수 없다. 놀이를 통해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인프라와 SW(소프트웨어) 개발 등이 이뤄진다면 학교에서 놀이문화가 좀 더 정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권영민 교육부 교육과정운영과장이 말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권영민 교육부 교육과정운영과장이 말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권영민 교육부 교육과정운영과장) 왜 이 토론회에 나를 불렀을까 생각했다. 나는 놀이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토론회 가면 놀이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논술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곳을 가면 논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웃음) 토론회를 앞두고 내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인데 그 아이는 어떻게 놀고 있는지, 나는 어떻게 놀면서 살아왔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아버지는 군인이었다. 나는 어렸을 적 집 앞에 있던 부산 유격대대 유격장 앞에서 군인들의 유격체조를 같이 따라하며 놀았다. 그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내 아이도 플레이스테이션4를 사서 친구들과 팀을 짜고 누구를 가상 총싸움을 한다.

다른 나라 아이들은 어떻게 노는지 알아봤다. 미국은 놀이가 스포츠다. 아이가 홀로 통학이 어려워 다른 곳보다는 학교에서 노는 일이 많다. 다른 나라처럼 한국에서도 새로운 놀이 어젠다가 형성되는 가운데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발제자들이 문제 제기했듯이 한국 학생들은 학업스트레스가 많다. 학교 안에서 놀이 활동 시간도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는 문제의식을 갖고 '학교 안 놀이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설정하며 어린이와 학생들의 학교 안 놀이문화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 놀이란 교사 등 보호자의 통제 없이 학생 스스로 제재(활동 주제)를 선택하여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학교는 체계적이고 일관된 교육을 위해 설립된 공적 교육기관이다. 그러기에 학교 놀이의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

학교의 교육활동은 그것이 놀이라 할지라도 체계적이고 일관되며 의미가 있어야 한다. 학교 밖 활동과는 달리, 목적을 가진 교육활동이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교과목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해 만든 ‘즐거운 생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이 이수하는 체육교과에서 제공되는 놀이 활동이 모두 그 예다. 학교놀이를 위한 정책을 개발할 때, 학교 교육이 특수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학교 놀이가 일으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학교의 전 교육활동 영역으로 확산돼야 한다. 최근 학교의 수업형태는 종전의 강의식, 암기식 수업에서 토론학습과 협력학습으로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교과활동을 하며 다른 학생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동의 과제해결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교과활동을 통해 ‘학교 놀이’의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다.

한길수 씨가 발제한 '학교 놀이 활성화 정책과 사례 및 정책 제안'을 보며 학교 놀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길수 씨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제안된 놀이 정책 중 무엇을 국사사무로 끌어올려야 하는지 고민도 했다. 그러나 학교 놀이에 대해 잘 모르기에, 어떤 제안을 정책으로 만들지를 더 고민할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바람직한 놀이 활동을 위한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방안 탐색'에 대한 정책연구를 위탁했다. 교육부는 이 정책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을 구현할 예정이다.

오늘 개최된 정책토론회는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 의미 있는 토론회였다. 다만 우리나라는 교육자치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교육과정의 경우, 국가에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기준을 제시하면 시도에서는 시도의 특성을 반영한 보다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는 학교구성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학교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있다.

학교 놀이 활성화 정책도 개별 학교에서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그리고 학교가 역할 분담하여 협력해야만 가능하다. 시민단체 및 언론기관의 협력도 매우 도움이 된다.

▶(정선아) 토론자들의 발표를 마치고 청중분들 이야기를 듣겠다. 의견을 내고 싶거나 질문 있으면 손을 들어달라. 시간이 길지 않아 몇분만 받겠다.

▶(조인옥씨·과천 청계초 학부모 회장) 저희 학교가 7년 전에 교장선생님께서 오셔서 혁신학교가 됐는데 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놀이 활동에 보조교사로 활동하다보니 7년차가 됐다. 오늘 토론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인지가 와 닿아서 너무 감동했고 제가 7년 동안 일하면서 느꼈던 것이 고스란히 나와서 놀랐다. 노하우가 이렇게 쌓여있는데 저희 학교만 누리고 있다. 다른 학교도 누렸으면 한다.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겼다.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제도에 막히기도 했다. 교장선생님의 뜻으로 (청계초에서는) 펼쳐졌지만 다른 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려움이 따른다.

많은 일들이 있지만 무겁게 토론하지 않아도 된다. 놀게 할 시간 있으면 가능하다. 제 꿈은 저희 학교가 거점학교가 돼서 노하우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은 애가 이제 6학년이어서 학부모로서 활동하는 것이 마지막이다. 교육청 쪽에 말하고 있는데 지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두 시간 내내 눈물 날 정도로 감사했다. 저 혼자 하는 줄 알았다. 이렇게 전국단위로 노력한 것을 보고 행복하고 감사했다. 노하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최재훈씨·학부모) 들으면서 공교육이라고 하는 것의 핵심이 기회가 균등한 것이라 생각했다. 선생님이 있으면 놀이가 활성화되지만 이를 느낄 수 없는 학교도 있다. 은하수 학생에게 묻고 싶은데, 이런 일들이 당장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나중에 일어난다고 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말해주면 고맙겠다.

▶(김 양)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되기만 한다면 말이다.

▶(최씨) 질문의 의도를 잘 파악 못해서, 어린 마음으로 말한 것 같다. 저는 그 말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당장 누려야 할 부분이고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천천히 이뤄진다고 말하는 것 자체는 시급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쩌면 이것은 변화되는 사회 속에서 해야 되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놀이 정책을 펴기 위해서 (교육부가 연구용역을) 맡긴 기관에 속한 분들이 놀고 계신지 묻고 싶다. 정책 짜고 입안하는 분들 자체가 놀지 못하는 분들이라면 혁신을 논하는 자리에서 과거의 정책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 혁신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입안 단계의 방법 자체, 연구하는 사람 자체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답이 나오기 어렵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학교인데 지금 그렇지 않다. 입안 단계에서 연구하는 사람 자체가 노는 사람이어야 되지 않을까.

▶(오 교사) 평가원 위원들하고 연락이 와서 성공했던 사례들을 다 모아서 입안 중이다. 좀 걱정을 더셔도 될 것 같다. 참여하는 선생님들도 많고, 학부모도 많다. 좋은 말씀이다. 더 관심 갖고 질책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학부모 발언자) 강원도에서 왔다. 강원도교육청 장학사가 오셔서 설명해주신 데 감사하다. 장학사님께 여쭌다. 지금 패널이 놀이를 얘기할 때 관통되는 단어가 자유선택과 자유의지다. 이 단어를 뺄 수 없이 한다. 그런데 유독 강원도에서 하는 것에서는 '프로그램' '행사' 등 단어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프로그램이나 행사, 또는 강원도에서 생각하는 것에서 자유의지를 정교한 의도성으로 담보할 수 있는 계획이 있는가?

▶(한 장학사) 말씀에 전격 동의한다. 발표하면서도 말씀드렸듯 자유의지를 갖고 할 수 있는 놀이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사실 어렵다. 그런 과정에서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보통 교육을 논할 때 교사 중심으로 논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문제가 대단히 복잡해졌다. 학교 안의 교사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에 따라 마을교육공동체 등이 같이 하고 있다. 학부모 놀이지원단도 함께 가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다. 교사 중심으로 하면 어려운데 학부모와 지역사회로 하는 노력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방법적으로는 '프로그램' '연수'를 선택한 것은 과도기이기 때문이고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나중에는 자유의지 방법으로 가야 한다. 저희는 정책적으로 놀이 지원단이 20시간 연수 10시간 인턴십하면 언제든 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남이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학생 주도적 문화가 정착 될 거라고 생각한다. 관 주도형의 놀이 정책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겠다.

▶(정경자 유아담당 장학사) 3년 전까지 유치원 교사로 있었고, 장학사로 있다. 유치원은 놀이 중심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통틀어도 다 놀이 중심으로 간다. 그런데 정작 교육부가 제도나 이런 것들이 유치원 아이들을 지식 위주로 몰아가고 있다. 부인할 수 없다. 유치원에 영어가 버젓이 들어왔다. 범교과라고 해서 모든 교과가 들어왔다. 문제제기 했음에도 여전히 현장이 사교육으로, 며칠 전에도 신문 났다. 이런 제도 하에서 어떻게 놀이 문화 가져갈 수 있나. 교육 과정 편성한다는데, 저희는 2015 개정하지 않았다. 누리과정만 있다. 통합도 이루지 못한 가운데 명분을 앞세워서 누리과정이 들어왔다. 너무나 친절하게 교육부가 12권의 책자를 만들었다. 이런 문제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이드라인만 달라. 유아교육이야말로 교과서가 없다. 현장에 자율성 주기 위해서다. 유치원 형편에 맞춰서 교육과정 운영해도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교육부다. 2015 교육과정 못했기 때문에 누리과정을 개정을 손본다고 한다. 그런데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10년 동안 유아교육은 공개하지 않았다. 비밀리에 했다. 이런 부분 교육부 반성하시고, 아이들 살려 내기 위해선 유아교육은 결정적 시기다. 모든 발달 이뤄지는 시기다. 유치원에서 총싸움했다고 말했는데 그게 남는다. 전면 개정하는 교육과정을 비밀리에 해선 안 된다. 교육과정을 전면에 내세우고 현장 교사들 다 오게 해서 만들어야한다. 경험 없는 교수로 해선 안 된다. 지금 700개 프로그램이 있다. 말도 안 된다. 유아교육 지금 세종시가 놀이중심으로 가는데 엄청나게 학부모 반응 좋다. 유아교육 되지 않으면 공교육 무너진다고 본다. 유아교육이 잘 될 수 있도록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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