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계급장 뗀' 반도체 올림픽서 역대 최고 성적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7.11.14 16:14
글자크기

韓, 'ISSCC 2018'에 34편의 논문 채택…삼성전자·카이스트 10편 논문 채택돼 기관별 '탑순위권'

ISSCC에서 FE 지역 부의장(Vice Chair)을 맡고 있는 타이창리(Tai-Chang Lee) 국립대만대학교 교수가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SSCC 2018' 개요에 대해 설명중이다./사진=김성은 기자 ISSCC에서 FE 지역 부의장(Vice Chair)을 맡고 있는 타이창리(Tai-Chang Lee) 국립대만대학교 교수가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SSCC 2018' 개요에 대해 설명중이다./사진=김성은 기자


한국이 '반도체 올림픽'이라 불리우는 글로벌 학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채택된 논문 건수로는 역대 최고 성적(2위)을 거뒀지만 학계를 중심으로 더욱 진취적인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International Solid-State Circuits Conference)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8년 2월11일~15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ISSCC 2018'에서 한국의 논문이 지난해 대비 36% 늘어난 총 34편 채택됐다고 밝혔다. 채택규모는 미국(83편)에 이은 2위다. 중화권(중국·대만·마카오)에서는 총 28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ISSCC에 따르면 이번 학회에 총 611편의 논문이 제출됐고 그 중 33.1%인 202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지난해에는 총 641편의 논문이 제출돼 205편의 논문이 채택됐으며 그 중 한국에서 총 25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지난해에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논문 발표 수가 많은 국가였다.

ISSCC는 반도체 집적회로 시스템 및 시스템 집적 분야 학회 중 가장 권위있는 학회로 꼽힌다. 1954년 설립돼 내년 학회 개최 65회째를 맞이한다. 25개국 3000여 명의 학자들과 연구원들이 참여해 연구성과 및 정보를 교환하고 미래의 반도체 산업과 기술을 논의한다. 내년 학회 주제는 '사회화된 세상을 이루는 반도체(Silicon Engineering a Social World)'다.



이번 학회 논문들의 특징은 자율주행, 원격의료,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과 연관된 반도체 연구가 다수 소개됐다는 점이다.

ISSCC는 산업계와 학계를 구분짓지 않고 논문을 접수받는데다 출품에 자격요건이 없다. 즉 석·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부터 교수, 산업현장인력 등이 모두 참가할 수 있어 '계급장을 떼고 붙는 경기'라는 말도 나온다. 2년 전부터는 심사위원들이 논문의 저자를 가리고 심사토록 해 그야말로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ISSCC는 △AN(Analog) △IMMD(Imagers, MEMs, Medical and Displays) △MEM(Memory) △TD(Technology Directions) △PM(Power Management) 등을 포함해 총 11개 분과별로 논문을 모집했다.


한국은 이 가운데 MEM 부문에서 총 8건(채택비중 53.3%), IMMD 부문에서 6건(24.0%), PM 부문에서 6건(27.2%)의 논문이 채택돼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 1위 국가로서의 면모를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논문 채택 기관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서 각각 10건의 논문이 채택돼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적 우위를 과시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3건, 포항공대가 2건, 한양대가 2건, UNIST(울산과학기술원)가 2건, 연세대가 1건, 서울대가 1건, 고려대가 1건, 성균관대가 1건,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가 1건 등이다.

ISSCC FE(Far East·극동지역) 의장(Chair)을 맡고 있는 최성대 SK하이닉스 박사는 "한국은 이번 학회에서 총 34편의 논문이 채택돼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면서도 "다만 학계로부터 더 많은 논문이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상업화할 수 있는 영역의 연구는 산업계가 강점을 지닐 수 있지만 5~10년 후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연구는 결국 학계의 몫"이라며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한 반도체의 역할 등 보다 진취적 분야의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의 학계에 대한 R&D(연구개발) 지원이 보다 체계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