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경제 호황" 발언…왜 서민들은 체감 못하나?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7.1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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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반도체 경기 호황에 가려진 내수산업 불황과 고용시장 침체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MB의 "경제 호황" 발언…왜 서민들은 체감 못하나?


“지금 전 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기회를 잡아야 할 시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바레인으로 출국을 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경제가 호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미국경제가 지난 3분기에 3.0% 성장해 3년만에 2분기 연속 3%대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경제 역시 3분기 성장률이 6.8%를 기록해 9분기 연속 6%대 후반의 양호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10월 'World Economic Outlook'에서 향후 글로벌 투자 및 무역, 산업생산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며 2018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7%로 상향조정했다.

최근 한국경제 지표도 회복세를 나타내기는 마찬가지다. IMF는 지난 14일 연례협의 결과 발표문에서 "한국의 단기 전망은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개선되고 있다"며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0%에서 3.2%로 상향조정했다.



무엇보다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는 수출은 10월까지 전년대비 17.3% 증가했고 수입도 18.7%나 증가해 한국경제는 3년만에 다시금 무역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스피지수는 삼성전자 등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와 IT 종목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11월 3일 기준 2557.97p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코스닥지수 역시 1년 2개월여 만에 700선을 돌파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표상으로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좋아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실제 삶의 현장에서 서민들은 경기가 좋아졌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3분기 한국경제는 깜짝 성장을 이뤘지만, 민간소비는 0.7%로 경제성장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GDP(국내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부문의 소비가 전체 성장률의 회복세를 못따라가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삶의 질을 수치로 나타낸 ‘경제고통지수’(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의 합)는 2017년 6.0%(1~10월 평균치)로 2011년 이후 가장 높다.

지난 9월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년들이 체감하는 '청년경제고통지수'는 지난해 22.3%에서 올해 24.9%로 높아졌고, '서민경제고통지수'도 지난해 10.5%에서 14.9%로 상승했다.

경제고통지수가 높아지는 데는 고용부진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실업률은 금융위기 이후 실업의 여파가 컸던 2010년 이후 최고치인 3.7%를 기록했고, 올해 10월까지 실업률은 4%대에 근접해 있다.

특히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10월 기준 청년실업률도 8.6%를 기록해 1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고시준비생이나 아르바이트생 등이 포함된 청년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 3)은 무려 21.7%에 달해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용부진은 훨씬 심각하다.

경기회복세에도 이처럼 고용이 부진한 것은 호황을 누리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 탓이다. 반도체산업은 장비나 설비를 늘려 이익을 극대화하는 대규모 장치산업인 까닭에 경기가 호황을 누려도 정작 고용이 늘어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선, 철강 등의 고용효과가 큰 전통적인 제조업의 경우 구조조정과 불황의 여파가 고용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유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은 장기화된 내수침체 탓에 고용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에 따르면 추세상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기준치인 100포인트에 한참 미달하는 81포인트(100초과하면 경기개선, 100미만이면 경기부진 의미)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서비스업이 포함된 비제조업의 경우 76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 부문은 그나마 반도체 산업이 떠받치고 있지만, 내수 산업과 고용 영향력이 큰 서비스업의 경우 체감 경기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비스업의 주체가 되는 자영업자 소득 부진 역시 심각하다. 2000~2010년 기간 자영업자 소득은 전체 국민소득 중 평균 18.7%를 차지했으나 2011~2016년엔 평균 13.1%로 크게 감소했다.

최근 임대건물의 공실 증가도 우려할 수준이다. 서울시내 오피스건물의 공실률은 2016년 3분기 9.4%에서 2017년 3분기 10.9%로 1.5%포인트 상승했고, 광화문 등 도심지역의 공실률은 10.3%에서 13.0%로 크게 높아졌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지수 역시 종합지수는(10월 현재) 109.2로 기준치를 웃돌고 있지만, 세부내역인 소비지출 부문을 보면 교육, 주거, 교통 및 통신 등이 기준치를 초과한 반면 외식, 여행, 외식, 교양, 오락 등의 소비지출은 기준치에 미달하고 있다.

이는 가계의 필수적인 지출에 해당하는 교육이나 주거, 교통, 통신 등의 비중은 늘어난 대신, 여가생활과 관련된 소비는 부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5%대로 오른 가계대출금리와 커져만 가는 사교육 부담, 그리고 물가상승과 연동되는 교통 및 통신비 부담까지 생각하면 서민들은 여가생활을 꿈꿀 수조차 없다.

지표상으로는 경제가 호황일지 몰라도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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