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온라인상 고발 등으로 '직장 내 성범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도 대다수 직원들은 침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거나 직장 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서다. 해결되지 않고 피해만 커질 것 같아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생계와 직결된 직장 특성상 문제 제기가 어렵다며 결국 조직 문화 개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 앱 등을 통해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한 고발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삽화=이지혜 디자이너
대처 방법을 잘 몰라 침묵했다는 직장인도 있다. 공기업 직장인 D씨(27)는 "회식 자리나 상사와 둘이 있을 때 성희롱이나 은근슬쩍 성추행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정색하기도 힘들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잘 몰라서 그냥 넘겼다"고 말했다.
회사에 말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침묵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기업 직장인 E씨(35)는 "성희롱을 당한 동료가 있었는데 상사에게 보고했더니 '그 정도는 좀 넘어가면 어떠냐'고 무마하고 말더라"라며 "그 다음부터는 회사에 얘기해도 해결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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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권력 관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는 "회사 내 고충처리부서나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형사고소 등 대응 방법은 이미 있다"면서도 "하지만 직장이 피해자의 생계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직장 내 권력을 쥔 상사 등이 성희롱을 했을 때 문제 제기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피해자들이 쉽게 대응하기 힘든 이유는 성희롱이 만연한데다 '남자들이 원래 그러니까 참아라'는 식으로 교육 받아온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해결되기 위해서는 직장 내 성평등 문화가 만들어져야 피해자들도 대응을 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