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점유율 98%인 곳에 간 文대통령의 '도전장'

머니투데이 자카르타(인도네시아)=최경민 기자 2017.11.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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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인니 국빈방문 文대통령 신남방정책… "日, 제일 두려워하는 건 한국의 추격"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거리에 즐비한 토요타 자동차/사진=최경민 기자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거리에 즐비한 토요타 자동차/사진=최경민 기자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교통난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길을 점령하고 있는 것은 일본 자동차로, 그 점유율이 98.6%에 달한다. 도로에 끝없이 늘어서있는 토요타 자동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를 본 첫 단상이었다.

일본은 70년대부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 진출을 본격적으로 했다. 압도적인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그 산물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아세안 지역 점유율도 70%를 윗돈다. 선점 효과는 크다. 이미 '친 일본'적 규제가 자리잡으며 사다리를 걷어찼다. 인도네시아만 해도 일본의 주력 자동차인 1500cc 해치백(5도어)에 각종 세제 혜택이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도전장을 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부터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해 '신남방정책'의 구상을 밝혔다. 2020년까지 대 아세안 교역 규모를 한·중 교역 수준인 2000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아세안 GDP(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하는 핵심국가 인도네시아와의 교역량을 현재 대비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방위산업과 자동차에 모아졌다. 차이점은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한국의 최대 방산 거래국이다. 반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점유율은 0.1%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이 국빈 방문 첫날 가진 동포 간담회에 참석한 '친한파' 수랏 인드리아르소 인도네시아 내각사무처 차관보가 "제 차는 현대자동차의 '투싼'"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자카르타 길거리에서 국산차를 발견하기 힘들었다. 방위산업이 현재 교역 수준을 '심화' 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자동차는 '시작'에 의미가 부여됐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도 '자동차'가 강조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 양국 기업인들이 모인 '한-인니 비즈니스포럼'에서 "특별히 협력을 강화하고 싶은 분야가 자동차산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전면적인 협력관계 구축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격 품질 경쟁력과 우수한 부품망을 보유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정부가 아세안 최대의 자동차 생산·수출국이라는, 야심찬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보고르(인도네시아)=뉴시스】전진환 기자 =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한 문재인대통령이 9일 보고르 대통령궁 인근 쇼핑몰에서 시민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2017.11.09.   amin2@newsis.com   【보고르(인도네시아)=뉴시스】전진환 기자 =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한 문재인대통령이 9일 보고르 대통령궁 인근 쇼핑몰에서 시민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2017.11.09. [email protected]
이 같은 구상에 청사진은 나왔다. 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산업협력 MOU(양해각서) 체결에 합의하고 양국 자동차 협력 증진에 뜻을 모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간 합의에 자동차라는 화두가 올라간 것 자체가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 측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도네시아를 생산 거점으로 해서, 아세안에 300만대 정도의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반조립제품(CKD) 방식을 우선으로 향후 협력업체와의 동반 진출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업체의 헤게모니를 푸는 열쇠로 제시된 것은 소프트파워다. 물량 공세보다 사람(People), 평화(Peace), 상생번영(Prosperity) 등 '3P'를 골자로 한 협력증진을 통해 자동차 시장 규제개선 등을 노린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조코위 대통령과 쇼핑몰을 함께 방문해 인도네시아 전통의상 '바틱'을 입고, 현지의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것도 이같은 일환이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해 "수교는 했지만 교류는 없다"는 불만 섞인 인식이 있는 것을 바꾸는 것 자체가 첫 목표다.


다만 소프트파워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화·규범·제도적 우위를 통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인 소프트파워는 군사력·경제력과 같은 물리적이고 측정가능한 힘인 하드파워에 어느정도 결정되는 것도 현실이다. 70년대 부터 아세안에 물량공세를 해온 일본 측을 '3P 전략' 하나로 공략하기도 힘들다. 결국 일정 수준의 물량을 바탕으로 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청와대 측도 '윈-윈으로 파이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현실적인 거래는 이 지역에 풍부한 자원 및 농산물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아세안 지역 음식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기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호재다. 농산물을 개방하면 국내 농업계의 반발이 이어질 수 있기에 국내 농산품과 겹치지 않는 품목으로 '윈-윈'을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장 '팜 오일'과 같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이 거론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일본을 따라가는 게 제일 수월하다. 일본도 한국이 따라오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며 "아세안 지역의 비관세 장벽을 보면 타깃이 거의 한국으로 되어있다. 우리가 그것만 뚫으면 일본을 따라잡을 역량이 있기 때문에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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