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곳곳이 스토리천국" 산업·문화 어우러진 중구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김경환 기자 2017.11.06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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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스토리텔링의 달인' 최창식 중구청장…"아시아 최초 천주교 순례길 조성"

최창식 중구청장최창식 중구청장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골목투어 ‘을지유람’, 역사와 가을밤 낭만이 숨쉬는 ‘정동야행’, 쇠락한 조명거리를 작품화한 ‘을지로 라이트웨이’.

최창식 중구청장(65)은 스토리텔링에 능하다. 과거를 변형하거나 파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36개의 전통시장과 1만명에 가까운 상인, 1500개가 넘는 노점이 있는 을지로 일대에 외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그는 최근 또 다른 스토리를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도보 탐방 프로그램인 ‘중구 순례역사길(천주교 성지 테마)’이다. 순례역사길은 가회동 성당~좌·우포도청터~명동성당~서소문역사공원~약현성당에 이어 용산의 당고개와 새남터 성지, 마포의 절두산 성지까지 이어진다.

최 청장은 지난 3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파리, 로마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 성지순례 코스가 될 것”이라며 “내년 9월 로마교황청에 성지순례 지정을 공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을지로 도새재생사업에도 '기존의 것을 살리는' 그의 철학이 곳곳에 반영되고 있다.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1단계로 조명 및 타일·도기매장을 깔끔하게 정비해 ‘개방형 갤러리’처럼 꾸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거리에서 감상하듯 상품을 보면, 고객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매장까지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2단계로는 조명이면 조명, 공구면 공구 등 건물 전체를 업종별로 가득 채우는 일명 '클러스터형 도심 산업'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예컨대 인쇄 관련 건물을 ‘인쇄정보센터’로 지정, 종이·잉크·프린팅 등 인쇄 관련 업종을 유치해 그 건물에 가면 모든 인쇄 서비스가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최 청장은 “재개발 초기 단계부터 분양 및 임대계획에 클러스터 개발을 반영할 계획”이라며 “조명·인쇄·인테리어·공구 등 각종 클러스터가 색다른 볼거리로 자리 잡으며 을지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명물 살리기에도 본격 나섰다. 그는 을지로 노가리, 신당동 떡볶이, 장충동 족발, 중부시장 건어물 등 명물 거리를 스토리화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깜깜한 골목에 테이블을 설치해 옥외영업을 가능하게 하니까 이젠 노가리 골목이 을지로의 명물이 됐다"고 예를 들었다. 실제로 13개의 호프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서울시 미래유산으로도 등재됐다. 삭막한 공간에 아날로그 감성이 입혀지면서 또 하나의 문화를 낳은 셈이다.

빈 점포를 청년예술가들의 활동 무대로 변신시킨 '을지로 디자인 예술 프로젝트'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을지로 8개팀, 대림상가 5개팀, 인현시장 6팀, 남대문시장 5개팀, 다산동성곽길에 10팀이 입점했다. 빈집이 있으면 중구청이 빌려 저렴한 가격에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등 청년들의 창업과 자활을 돕는 사업이다.

중국 관광객에겐 이미 명소가 된 중구 숙박 인프라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취임 전 25개(객실 7170개)에 불과했던 관광호텔이 현재는 88개(객실 1만6123개)에 달한다.

최 청장은 역사가 있는 다양한 골목을 중구의 경쟁력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골목이 질서있고 쾌적해야 구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도시경쟁력이 확보된다"면서 "앞으로도 살맛나는 골목을 만들기 위해 주민과 지속적으로 밀착 소통해 놓치기 쉬운 작은 부분까지 세심히 살피는 구정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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