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약품 경쟁력, '임상 데이터'에서 나온다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2017.11.03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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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약은 총 29개나 되지만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신약은 미미하다. 이는 뛰어난 효능·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임상데이터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폐암신약 올리타가 경쟁약 대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환자들이 경쟁약 보험급여를 요구하는 것도 바로 ‘임상데이터’ 차이 때문이다. 올리타는 임상2상을 통해 높은 객관적 반응률을 보였지만, 무진행 생존기간 및 뇌전이 효과를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환자 절반가량이 경쟁약을 선택한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가 유럽 시장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앞선 이유도 보다 더 많은 '임상 데이터'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통상 다국적 제약사들은 의약품 허가 이후에도 꾸준히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경쟁력’을 높인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은 출시 이후 임상데이터를 쌓기 보다는 영업 마케팅만 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내 제약사들도 ‘임상데이터=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LG화학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가 대표적인 예다.

제미글로는 다국적제약사들이 장악한 당뇨병치료제 시장에 후발주자로써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시 당시에는 경쟁 품목 대비 임상데이터가 부족해 시장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

LG화학은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임상연구를 진행했고, 제미글로의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영업 현장에서는 ‘제미글로 임상데이터가 너무 많아 요약하기도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LG화학은 쌓인 임상데이터를 토대로 영업마케팅이 아니라 학술마케팅으로 전환했고, 이는 매출상승으로 이어졌다. 현재 제미글로는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경쟁약들을 제치고 같은계열 당뇨병치료제 시장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의약품 경쟁력은 ‘임상 데이터’에서 나온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가장 기본적인 임상 데이터 중요성을 간과했던 것은 아닐까.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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