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재기 발랄한 청소년들은 은유나 비유를 써서 속어를 발달시킨다. … 불량배들의 은어를 이용하여 '꼰대'(교장, 아버지) 등을 썼고, '아더메치유'(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고 유치하다) 등을…."-1980년 기사
"요즘 들어 비어 속어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서 심해 … 기똥차다(기차다), 쌤통이다(고소하다) 골로가다(죽다) 등의 말이…."-1985년 기사
"(OTL, KIN, ~하3 등을 예로 들며) 언어 파괴와 한글 변용으로 인한 의사 소통의 장애에 대한 우려…."-2006년 기사
그런데 이런 식의 '장난'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아이들은 역시나 바보라는 말을 즐겨 썼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 '니나니노'였는데, 두 글자씩 잘 겹쳐서 쓰면 '바보'가 된다. 깜찍한 재치에 많은 아이들이 한두 번씩은 써먹곤 했다. 한글 파괴였을까?
언어도 살아있는 것이라 그 중 새로 생기는 것이 있고 사라지는 것도 있다. 옛날 신문에 언급된 꼰대, 기똥차다, 쌤통은 대중들이 받아들여 지금도 쓰이고 있다. 하지만 'KIN'은 지금 쓴다면 옛날 사람 취급받기 딱 좋다. 요즘 비난받는 줄임말의 일종인 '아더메치유'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때의 유행은 지나간다. 기존과 다른 말이 생겼다고, 말 놀이가 생겼다고 당장 말의 품격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언어 파괴는 대중을 상대로 한 곳에서 어려운 한자어나 외국어를 쓰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여전히 문서 작업을 할 때는 어려운 말을 쓰고, 이름을 붙일 때는 영어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고속도로에서 볼 수 있는 '졸음쉼터' 같은 쉽고 분명한 이름은 그래서 좀 더 박수를 받으면 좋겠다. 언어의 핵심은 소통이다. 한글이 찬사를 받는 것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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