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정부 공공기관 비정규직 '딜레마'… 아리랑TV ‘生’이냐 ‘死’냐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7.10.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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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경영 시비로 예산 압박 vs 공공성 위축·비정규직 고용난항' 딜레마

아리랑TV 뉴스 화면. /사진제공=아리랑TV<br>
아리랑TV 뉴스 화면. /사진제공=아리랑TV


‘예산 삭감을 통한 알뜰 살림을 챙길 것인가’ 아니면 ‘예산 구제로 비정규직을 살릴 것인가’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이 예산 삭감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262명이 대량 해고될 위기에 놓인 것은 문재인 정부가 실현하려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커녕, 있는 비정규직도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의 가장 큰 딜레마로 손꼽힌다.

수익성 없는 공공재 성격의 방송사를 내버려두자니 예산의 합리성이 도마 위에 오르는 데다 방만 경영이 문제이고, 긴축 재정으로 압박하려니 공공성의 제 역할이 축소되는 문제와 더불어 비정규직 등 노동자 생존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에서 내년 예산 10% 깎인 방송사는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만이 아니다. KBS, EBS, 국악방송도 함께 예산 10%가 일괄 삭감됐다. 하지만 아리랑TV의 경우 자립 생존력이 다른 방송사와는 현격히 떨어진다. 주요 활동이 해외이다 보니, 딱히 수입원이 없고, 재원도 방발기금 한 군데서 받기 때문에 구조의 체질이 허약하다.

[단독]文정부 공공기관 비정규직 '딜레마'… 아리랑TV ‘生’이냐 ‘死’냐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국회에서 줄기차게 지적해 온 문제도 아리랑TV가 예산 55%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에서 받고, 행정감독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는 ‘이상한 구조’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발 기금은 TV 제작비(비정규직 인건비 포함)에만 쓰이고, 나머지 운영경비나 정규직 인건비 등 경상비용은 정부의 일반 회계가 아닌 수익사업으로 충당해야 한다. 연간 수익사업 170억 원도 턱없이 모자라, 아리랑TV 설립 당시 국제방송교류재단이 출연한 기금 700억 원을 해마다 40, 50억 원씩 끌어다 썼는데, 이마저도 올해가 마지막이었다.

내년 예산 10% 삭감으로 36억 9000만원에 출연기금 42억원(올해) 등 부족금 79억 원이 11월 국회 예산 심의에서도 반영되지 않을 경우 아리랑TV는 자체 제작 편수의 대폭 감소는 물론, 비정규직 대량 해고, 심지어 방송 송출 중단까지 거론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단독]文정부 공공기관 비정규직 '딜레마'… 아리랑TV ‘生’이냐 ‘死’냐
무엇보다 국내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과 정해진 본방송 비율을 지켜야 하는데, 재원 부족으로 비율을 지키지 못할 경우 채널 등급평가에서 최하등급으로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아리랑TV 측은 영국 위성 플랫폼 사업비로 방발기금 운영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받으면서 내년 예산 10%가 감축됐다고 설명했다. 이 위성사업 론칭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기금을 제대로 못 쓴 불용 사례로 남았다는 것이다.

아리랑TV 이에스더 기획팀장은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제작비는 방발기금으로 받고, 위성사업비 등 경상비는 문체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법제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지난 10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질질 끌고 온 어정쩡한 사태가 지금의 시한폭탄을 생성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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