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급증한 스팩 심사 철회…만기 앞둔 스팩 어쩌나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7.10.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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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심사철회·미승인건수 42%가 스팩합병…올해 6개 스팩 청산완료

하반기 급증한 스팩 심사 철회…만기 앞둔 스팩 어쩌나


하반기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의 심사 미승인이나 철회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다. 2014~2015년 대거 생긴 스팩의 3년 만기가 됐지만 적합한 인수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청산에 돌입하는 스팩도 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전체 심사철회, 미승인 건수가 총 26건에 달하는데 이 중 11건인 42%가 스팩합병에 해당하는 건이다. 특히 하반기 합병 대상 기업이 심사를 철회하거나 한국거래소에서 미승인을 받은 건수는 9건에 달한다.



하반기 들어 심사 미승인 처리된 스팩 합병 대상 기업은 △줌인터넷(골든브릿지투자증권) △휴먼스캔(NH투자증권) △리얼야구존(미래에셋대우) △코엔스(KB증권)다. 심사 철회에 나선 기업은 △영구크린(IBK투자증권) △지티지웰니스(대신증권) △나무기술(교보증권) △엔터미디어(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이다.

이 중 휴먼스캔, 엔터미디어와의 스팩 합병이 무산된 엔에이치SL스팩과 골든브릿지제2호스팩은 각각 지난 16일과 20일 상장폐지돼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이밖에 △대우스팩2호 △현대에이블스팩1호 △케이티비스팩1호 △하나머스트3호스팩 등이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이미 청산됐다.



이처럼 심사미승인·철회 사례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상장주선인인 증권사들이 스팩 만기를 맞아 상장을 서두르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스팩 합병 심사를 청구한 스팩 대부분이 올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 만기를 앞둔 스팩이다.

스팩 청산에 따른 손실을 우려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기존에 거래소 상장예비심사에 탈락한 기업이나 실적이 악화된 기업까지 피합병대상으로 올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적 악화 등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전력이 있는 기업을 피합병대상기업으로 재청구하기도 했다"며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면 심사를 하는 거래소도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달 6일 상장폐지되는 SK1호스팩을 포함해 미래에셋제3호스팩, 엔에이치스팩7호, 하이제3호스팩, 골든브릿지제3호스팩 등 5개 스팩이 올해 중으로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2014년 26개, 2015년 45개 스팩이 상장하는 등 만기에 다다른 스팩이 많아지면서 신규 스팩 상장 역시 주춤한 상태다. 현재까지 합병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한 기업은 올 하반기 이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1개월 안에 이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스팩의 개수 감소와 거래량 등을 보면 확실히 전성기 인기에는 못 미치고 있다"며 "올해 이후 스팩의 상장 속도가 뚜렷하게 둔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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