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단 욕망에 마음이 지칠 때… '포기 연습'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7.10.2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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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포기하는 연습'… 일본의 혜민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갖고 싶단 욕망에 마음이 지칠 때… '포기 연습'


한동안 소중한 친구를 만나지 않은 적이 있다. 내 얼굴만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이야기만 온종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흥미롭게 들었지만, 점점 지쳐갔다. 같은 일이 석 달쯤 반복되자 나는 이제 친구에게 선약이 있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가 겪은 '짝사랑'은 아주 지독했다. 제3자인 내가 보기엔 분명 그 남자는 친구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진 않았는데, 친구는 그가 하는 아주 작은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기어코 짝사랑을 이어갔다.



고백하지 않으니 딱히 상황이 나아질 리도 만무했다. 친구는 닥쳐올 결과가 두려운 것 같았다. 그는 "이걸 보면 날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했다가 몇 초 뒤엔 "왜 메신저 답장이 오지 않지. 다른 여자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아"라며 혼자만의 상상 속에 갇혀 있었다.

친구를 만나지 않은지 몇 달 뒤, 드디어 친구는 그 남자에게 고백했다며 내게 안부를 전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친구는 그 남자에게 '뻥'차였다. 그럼에도 얼굴이 한결 편안해 보였다. 친구는 "날 한 번도 여자로 생각한 적 없대. 이제 포기할 수 있겠어"라고 말했다. 피하지 않고 부딪히고, 본질을 명확히 알면 오히려 포기가 쉬워지는 법이다.



살다 보면 친구가 그랬듯, 우리도 절대로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일본의 혜민스님이라 불리는 나토리 호겐은 우리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포기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일본어에서 '포기한다'(諦める)와 '밝힌다'(明らめる)는 모두 '아키라메루'로 읽힌다. 둘은 결국 한 가지로 연결돼있다. 본질을 명확히 밝히면, 포기할 수 있다. 두렵다고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자꾸 변명하며 본인을 얽매는 것보다 때로는 포기하는 게 모든 측면에 이로울 수 있다.

포기하는 연습=나토리 호겐 지음. 전경아 옮김. 세종서적 펴냄. 296쪽/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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