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렬 코오롱 회장, 인보사 다음 R&D 승부수는 '필름'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7.10.24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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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필름 시장 선점위해 내년 초 양산체제 구축 눈앞…폴더블폰 출시 시점이 관건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 (16,360원 ▼40 -0.24%)그룹 회장이 CPI(Colorless Polyimide: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을 앞세워 두 번째 연구개발(R&D) 승부수를 던졌다. 19년 연구 개발 끝에 판매허가를 받은 세계 최초 퇴행성 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에 이어 10년을 공들인 CPI 필름이 이제 양산 체제를 눈앞에 두게 된 것. 관건은 CPI가 적용될 폴더블폰 출시 시점이다.

23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그룹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 (40,150원 ▲50 +0.12%)스트리가 882억원을 투자해 경북 구미공장에 건설 중인 CPI 필름 생산라인이 다음 달 완공된다. 생산라인은 시험가동 등을 거쳐 내년 1분기 상업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CPI필름은 폴더블폰 출시를 겨냥한 제품이다.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어 접은 상태로 간편하게 호주머니 등에 넣고 다닐 수 있다. 기술적으로 완성된 폴더블폰을 가장 먼저 선보일 업체로는 삼성전자 (78,000원 ▲500 +0.65%), LG전자 (91,500원 ▼1,400 -1.51%), 레노버 등이 꼽힌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CPI 필름은 20만 번 이상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어 고객사가 폴더블폰 상용화를 위해 원하는 기준을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술력을 갖춘 화학사는 세계시장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 (113,900원 ▲3,500 +3.17%) 정도다.



양산을 향한 속도전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앞선다. SKC는 코오롱과의 합작회사인 SKC코오롱PI의 생산라인을 이용해 투명 폴리 필름을 생산하는 것을 검토 중인 단계다. 별도 생산라인에 400억원을 투자할 방안도 모색 중이지만, 이 역시 추후 폴더블폰 시장 성숙도를 봐 가며 결정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로서는 CPI필름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CPI필름 연구개발에는 10년간 약 800억원이 투입됐다. CPI필름은 이 회장이 그룹 내에서 직접 챙기는 핵심 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 인보사 다음 R&D 승부수는 '필름'
코오롱의 필름사업 재도약을 위해서도 CPI필름의 성공은 필수적이다. 2011년 1000억원이 넘던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필름·전자재료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2012년 530억원으로 반토막난 뒤 매년 줄어 2014년, 2015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5000만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올해 상반기 다시 74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폴더블폰 출시 시점이 CPI필름 성과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출시를 목표로 폴더블폰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확한 출시 시점은 미지수다.


시장과 기술 개발 상황 등에 따라 폴더블폰 출시 시점이 늦춰질 경우 올해 안에 완공될 코오롱인더스트리 CPI필름 생산라인의 고정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미리 생산체제를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전략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이 회장의 CPI필름 사업에 대한 의지가 큰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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