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미완의 촛불, 정권교체 넘어 정치를 바꿔야"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7.10.2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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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촛불 1년]"누가 집권하면 세상 달라진다? 사람중심 사고는 그만"

 김병준 국민대 교수. 2016.11.18/뉴스1 김병준 국민대 교수. 2016.11.18/뉴스1


김병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왕의 브레인'(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불렸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최순실 사태를 수습할 거국총리로 그를 지목했다. 참여정부 핵심인물이었다가 10년뒤 박근혜 정부 2인자 문턱까지 간 것이다. 정치적 선택의 '진폭'이 컸지만 양 진영 모두를 비판할 수 있는 균형감은 그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김 교수는 총리 내정자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12월, "촛불에서 희망을 봤지만 정치에선 절망을 봤다"고 일갈했다. 당시 정치권은 책임 묻기에만 급급하고 국가적 과제 수습엔 무력했다고 봤다. 촛불집회 후 1년인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



김 교수는 2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촛불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은 긴 노동시간 등 시민 대중이 국가 현안에 관심을 기울이기 쉽지 않은 구조임에도 촛불은 시민사회 중심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촛불 민심은 단순히 정권교체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정치가, 국가운영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열망이었다"며 "지금은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가 보기에 촛불 이후 '정권'은 바뀌었지만 정치 체제는 그대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나 여야 각 정당 모두 이런 촛불의 뜻을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정치학 석학인 필립 슈미터 유럽대학연구소 명예교수는 촛불 이후 같은 체제 안에서 단지 집권세력이 달라졌을 뿐이라는 견해를 최근 밝혔다. 김 교수도 같은 맥락이다.



김 교수는 촛불 후 1년, 남은 과제로 "누가 집권하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식의 사람중심 사고가 아니라 국정운영의 체계나 정치구조를 결정하는 요인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담론'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촛불 이후 1년, 한국 정치에서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바뀌지 않았나.
▶정치주도 집단이 바뀌었을 뿐이다. 새 민주주의가 완성되거나 새 레짐(체제)이 탄생한 것은 아니다. 미완의 촛불이 좀 더 활활 타서 실질적으로 우리 정치의 기본 패턴을 바꾸는 데 까지 가야 한다.

-어느 정도 돼야 '촛불의 요구'를 완성하는 것인가.
▶정권은 분명히 바뀌었는데 국정운영 체계가 그대로 남아 있다. 국가주도주의, 패권주의, 대중영합주의라는 것도 남아있다. 그게 다 바뀌어서 진정 시민사회가 중심이 된 민주주의 질서가 정착되는 것이 촛불의 완성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 우리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우선 담론 구조가 너무 약하다. 무엇이 우리 정치의 문제점인가 하면 (잠시 생각하다) 대체로 사람중심 사고를 한다. 누가 들어가면 개혁이 되고, 안되고 하는 식이다.

-정치는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 아닌가.
▶국정운영 체계나 정치구조를 결정하는 큰 요인들이 있다. 그 요인들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줘야 한다. 예컨대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를 그대로 둘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앙과 지방 관계는 또 어떤가.

김 교수는 참여정부 출신이지만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에 거론되기도 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한국당, 바른정당은 철학과 명분과 방향이 없이 그냥 세력끼리 (합쳐서) 이기면 된다는 생각이 앞서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현재의 통합논의로는 대안야당이 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경북 고령 출생으로 대구상고, 영남대를 나왔다. 한국외대(석사) 미 델라웨어대(박사)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특히 "진보진영에게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진보는 사기"란 시각은 좌우 모두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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