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금리, 국민연금 채권투자 수익률 발목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7.10.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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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말 국내채권 수익률 0.8% 그쳐 연말 계획상 11조 추가 매수…현재로선 수익 부담 커 매수 자제할 듯

꿈틀대는 금리, 국민연금 채권투자 수익률 발목


290조원에 달하는 국내 채권을 보유 중인 국민연금이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으로 기금운용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올 들어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채권금리가 상승세를 보인 탓에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채권 수익률을 1% 밑으로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지난 1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뒤 채권금리가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기금운용계획상 연말까지 11조원 이상 추가 매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수익률 방어를 위해 운용 전략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국민연금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자산 중 국내 채권 보유액(7월 말 기준)은 287조6078억원으로 전체의 47.9%다.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은 지난해(50.7%)보다 줄었으나 여전히 기금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기금운용계획상 올해 말 국내 채권투자 비중은 49.5%(299조1226억원)다. 7월 말 이후 연말까지 11조원 이상을 추가 매수해 계획했던 투자 비중 만큼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계획대로 국내 채권 투자를 더 늘리긴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채권 투자 성적이 부진해서다. 7월 말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을 살펴보면 국내 채권은 0.8%에 그쳤다. 국민연금의 최근 5년간 연평균 국내 채권 투자 수익률(3.1%)을 크게 밑돈 성과다.



기금자산 중 절반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채권 수익률이 1% 아래로 떨어지면서 전체 기금 운용 수익률(5.5%)에 발목을 잡았다. 그나마 국내 주식(22.2%)과 해외 주식(6.7%)에서 선전하면서 전체 수익률을 방어했다.

현재로선 채권 투자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채권보다 주식을, 국내 자산보다 해외 자산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 계획했던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기계적인 추가 매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지난 5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발표한 '국민연금기금 중기(2018~2022년) 자산배분안'을 보면 국내 채권 비중은 지난해 말 50.7%에서 2022년 40% 안팎으로 크게 줄어든다. 당장 내년 국내 채권의 투자 비중 목표치도 전체의 47.1%로 올해 말(49.5%)보다 낮게 잡았다.


자산운용업계 채권 관계자는 "금통위 이후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는 등 다음달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를 돌파하는 등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채권시장은 추가 매수보다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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