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공론화 3개월…우여곡절 끝 ‘건설 재개’ 결론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10.2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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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명 대상 1차 조사부터 471명 시민참여단 최종 조사까지 활동, 20일 정부 권고안 제출 후 해산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석 달 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20일 해산한다.

그동안 찬반 양론의 대립이 극심한 문제에 대해 정부가 공론화를 시도한 전례가 있었다. 2005년 참여정부에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8‧31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시민 511명을 선정해 의견을 물었고 2007년 7월 부산 북한 재개발 추진시 부산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공론 조사가 실시된 바 있다. 2003년 사패산 터널 공사, 2007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도 정부가 공론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이번 조사는 과거 사례와 비교해서도 사회적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원전에 투입된 2조6000억원의 매몰 비용은 물론 향후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가늠좌가 될 수 있어서다. 그만큼 공론 과정에서 찬반 양측의 의견 대립도 심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 조사의 시작은 정부에서 비롯됐다. 지난 6월2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신고리5·6호기 공사를 3개월간 일시 중단하고 공사 재개, 중단 여부를 공론 조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의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7월 24일 대법관 출신 김지형 변호사을 공론화위원장에 위촉했다. 또한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등 4개 분야에서 2명씩 8명의 공론화 위원도 선임됐다.



공론화위는 매주 1회 전체회의를 열어 안건을 심의, 의결하고 그 내용을 언론 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공론화위 출범 초반 최종 결정 주체에 대한 논란이 증폭됐다.

정부와 공론화위가 최종 책임 소재를 두고 대립하는 듯한 모양새도 비춰졌다. 이 총리가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하되 그에 따른 책임도 지겠다”고 밝혀 진화에 나섰다. 공론화위 측도 이후 “공론결과를 권고의 형태로 정부에 전달하는 자문기구"라고 역할을 명확히 밝혀 사태는 일단락됐다.
신고리 공론화 3개월…우여곡절 끝 ‘건설 재개’ 결론
공론화위는 이후 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외부 설문조사 기관에 용역을 발주해 8월 25일부터 보름간 2만6명을 대상으로 1차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성별, 나이, 지역, 성향 등을 고려한 표본 추출 방식으로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했다.


1차 조사 이후 시민참여단에 제공될 자료집 작성 등을 문제로 찬반 단체간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지만 공론화위의 중재로 조사는 계속 진행됐다.

지난달 16일 열린 첫 오리엔테이션에 500명 중 478명이 참석해 2차 공론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13일부터 2박3일간 진행된 최종토론회에는 471명이 찾아 98.5%의 참석률을 기록했다. 최종토론회 합숙 첫날 3차 조사가, 마지막날 4차 조사가 각각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 사회가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5일 최종토론회 폐회사에서 “시민참여단은 ‘작은 대한민국’이라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이제 남은 일은 우리 사회가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을 존중해 화합과 상생의 길을 함께 걸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론화위의 최종 조사 결과는 예상을 깨고 큰 격차로 건설 재개로 결론났다. 최종 4차 조사 결과 시민참여단 471명 중 59.5%가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재개에 찬성했다. 이는 건설 중단 응답률 40.5%보다 19%포인트 높은 것이다.

김지형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4차 조사의 표본 구조상 오차범위는 ±3.6%포인트”라며 “이번 공론 조사 결과는 오차범위를 벗어난 의견”이라고 했다.
신고리 공론화 3개월…우여곡절 끝 ‘건설 재개’ 결론
오차범위 이내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경우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부담이 컸던 정부 입장에서는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4일 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공론화위 권고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 결정이 전달된 뒤 건설 재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일단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방향도 더 추진력을 얻게 됐다. 시민참여단 53.2%가 앞으로 원전 비율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서다.

청와대, 탈핵 시민단체도 공론화위 결정을 존중하는 분위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결정 이후 “공론화위 뜻을 존중하며 권고안을 토대로 후속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신고리 반대 시민 단체도 “아쉽지만 시민참여단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정부는 원전 축소의견 무겁게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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