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中공장 무산 땐 국내투자도 연쇄 차질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7.10.20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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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8.5세대 생산 국내로 돌리면 3조원 추가 부담…자금압박 따라 파주 10.5세대·중소형 6세대 라인 투자도 흔들

경기도 파주에 건설 중인 LG디스플레이 P10 생산라인. /사진=심재현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경기도 파주에 건설 중인 LG디스플레이 P10 생산라인. /사진=심재현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산업통상자원부가 LG디스플레이 (10,550원 ▲170 +1.64%)의 중국 광저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 투자 승인을 한차례 더 미루면서 중국공장 건설이 무산될 경우 국내 투자 로드맵에도 연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OLED 기술유출 우려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OLED 사업 경쟁력 자체를 발목 잡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현재까지 LG디스플레이가 밝힌 대규모 투자 계획은 크게 국내 15조원, 중국 광저우 5조원 등 총 20조원 규모다.

국내 투자비용 15조원 가운데 5조원은 경기 파주에 건설 중인 P10 공장에 설치할 10.5세대(2940㎜×3370㎜) OLED 생산라인 투자비용이다. 나머지 10조원은 6세대(1500㎜×1850㎜) POLED(플라스틱 OLED) 등 중소형 OLED 라인 구축과 증설에 투입하는 자금이다.



LG디스플레이가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OLED 전환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투자를 이어가되 2019년부터 일부 신규라인에서 양산을 시작해 최대한 시장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돈이다. 국내외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견조한 현금창출력에도 불구하고 자금사정이 빠듯하다. 디스플레이시장 전망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매년 영업이익 4조~5조원을 거둔다고 보면 올 상반기 기준 현금성자산 1조5000억원을 더해도 20조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LG디스플레이가 현재 8.5세대(2250㎜×2500㎜) OLED를 생산하는 파주공장 증설 대신 중국 투자로 눈을 돌린 게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 광저우 공장 투자비용 5조원 중 LG디스플레이가 당장 부담하는 금액은 1조8000억원이다. 나머지 3조2000억원은 중국정부의 출자금과 현지 차입으로 메운다는 계획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광저우 LCD 공장 옆 부지에 라인을 짓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 비용을 덜 수 있다는 점과 향후 불거질 수 있는 관세 리스크와 인건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공장이 좌초되고 8.5세대 라인을 국내에 건설할 경우 LG디스플레이는 3조원 이상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신규 부지나 인프라 여건에 따라선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10.5세대 OLED 상용화까지 공백을 메우는 징검다리 역할의 8.5세대 공정에 차질이 빚어지면 10.5세대 전략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금압박 상황에 따라 대형 OLED에 치우친 편식형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스마트폰 등 중소형 패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6세대 라인투자 계획에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전날 진행된 산업부 산하 전기전자전문위 소위원회의 2차 심사에서 기술유출 우려 최소화 방안과 함께 이런 사정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비리에 진행된 소위원회는 투자 승인 여부를 3차 회의 이후로 미룬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LG디스플레이가 중국 OLED 공장 계획을 발표했을 때 시장에선 묘수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기술유출 방지나 국내투자 확대를 고민하는 정부 입장도 이해하지만 보다 큰 그림에서 산업 경쟁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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