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영업 도전받는 신한은행 '절치부심'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7.10.19 04:52
글자크기

7월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에 이어 국민연금 주거래은행도 탈락

기관영업 도전받는 신한은행 '절치부심'


신한은행이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에 이어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에서 탈락하면서 국내 기관영업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이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아니지만 상징성이 크고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는 만큼 KB국민은행과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은행으로선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선정 경쟁입찰에서 우선협상자에 뽑힌 우리은행과 2순위에 오른 KB국민은행에 이어 3순위에 선정됐다.



이번 선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제안서의 업무수행능력과 정보화 사업부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수행능력과 정보화 사업부문의 배점은 각각 38점, 32점으로 총점 100점 중 70점을 차지한다. 업무수행능력 중 업무수행방안과 정보화 사업부문 중 시스템 구축은 각각 23점, 10점으로 세부 항목에서 배점이 가장 높았다.

시중은행 한 기관영업 담당자는 “시스템 구축투자비용으로는 국민은행이 우리은행보다 200~300억원 정도 더 써낸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지만 우리은행이 지난 4년 동안 국민연금 수탁은행으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업무수행능력에서 국민은행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적으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시스템 구축을 포함해 비용이 들어가는 항목에서 우리은행, 국민은행보다 더 적은 금액을 적어 점수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이 우리은행, 국민은행보다 크게 베팅을 하지 못한 것은 수익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각각 5년씩 10년간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맡아왔는데 처음 5년은 흑자를 냈지만 두 번째 주거래은행을 맡으면서 수익성이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정보기술) 사업비 등으로 국민연금에 지출하는 비용에 비해 연금 지급, 운용자금 결제 등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적었던 것.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처음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맡았을 때인 2007년에는 기준금리가 연 4~5%였는데 현재는 연 1.25%까지 내려갔다”며 “국민연금에서 IT 구축, 수수료 인하 등 요구하는 것이 많아지는 가운데 금리는 계속 내려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됐고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민연금이 3번 연속으로 신한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선정하는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012년에 신한은행이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자 국정감사 때 특정 은행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지적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을 비롯해 수탁은행과 수탁은행을 관리, 감시하는 사무관리기관 등 총 3개 업무를 맡았다. 국회의 일감 몰아주기 지적이 나온 이후 국민연금은 주거래은행을 맡은 기관은 수탁은행, 사무관리기관을 동시에 맡을 수 없고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신한은행으로선 이번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탈락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2015년에 예비 병역 의무자에게 공급해온 ‘나라사랑카드’ 사업권을 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에 내준 뒤로 지난 7월에는 경찰공무원 사업대출권을 국민은행에 뺏기는 등 국내 기관영업에서 연속으로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기관영업 역량이 저하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지 않고 있는 현 상태에서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맡는다고 수익을 낼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기업설명회(IR) 등 대외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영향이 큰 만큼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같은 것은 수익을 내려고 맡는 게 아니다”라며 “이미지와 평판 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국민연금은 오는 23일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 국내 대체투자 분야의 수탁은행을 선정한다. 수탁은행 입찰에도 4대 시중은행 모두 참여한 가운데 신한은행은 이번에는 반드시 선정돼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