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동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이 1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故 백남기 농민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기범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는 구 전 청장과 신모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제4기동단장(총경), 살수차를 실제 운용했던 경찰직원 2명 등 총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당시 경찰의 최고책임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무혐의 처리됐다. 유가족들이 고발한 지 2년만이다. 백씨는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과정에서 살수차의 직사살수에 맞아 두개골 골절 등을 입고 쓰러져 2016년 9월 숨졌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살수차를 운행하던 경찰은 당시 운용지침을 위반하고 시위대와 떨어져 혼자 밧줄을 당기고 있던 백씨의 머리에 약 2800rpm 고압으로 약 13초 가량 직사살수하고, 백씨가 넘어진 후에도 다시 17초 가량 직사살수를 계속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 전 청장은 살수 승인, 혼합 살수의 허가, 살수차 이동․배치를 결정하는 등 집회 관리에 대한 총책임자로서 백씨의 머리를 겨냥한 직사살수가 이뤄지는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중단시키거나 별다른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살수 지시만 계속해 내려 위법한 직사살수를 방치한 과실이 인정됐다.
다만 검찰은 구 전 청장 등이 백씨가 쓰러진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살수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고의성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구 전 청장은 이날 오전 뇌물수수 혐의로 소환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 현장 지휘자였던 신 총경은 '가슴 윗부분 겨냥금지' 규정 등 지침에 위반되는 휘하 직원들의 직사살수를 방치한 과실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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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그러나 강 전 청장의 경우 살수차의 위법한 운용과 관련해선 직접적인 지휘・감독 책임이 없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강 전 청장에 대해 지난해 12월 서면조사를 한 차례 실시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을 보면 최종 책임자가 구 전 청장으로 돼 있고 강 전 청장은 등장하지 않는다"며 "실제 살수에 대한 승인, 허가가 서울청장 권한이고 그 당시 무전일지상 지시도 서울청장이 내려 경찰청장의 직접 지휘감독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백씨의 사망이 '외인사'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두부 손상은 모두 오른쪽 머리 부위에 동일한 외력이 가해지는 과정에서 발생했고, 골절은 지면에 추락 또는 전도돼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며 이른바 '빨간 우의' 착용자에 의한 두개골 골절 발생 가능성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진료기록 감정 및 법의학 자문 결과 피해자의 사망은 직사살수에 의한 외인사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관련 지시를 내린 경찰 수뇌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고심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8년 전 6명의 사망자가 나온 용산 참사 당시 검찰은 경찰 수뇌부를 기소하지 않았다.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던 독일의 경우 지휘부가 살수차의 직사살수를 인식한 시점 이후의 직사살수와 관련해 경찰 수뇌부의 형사책임을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선례 없는 사건이다 보니 형사사법공조 등을 통해 사례를 수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백씨 사망사건에 대해 "위해성 장비인 살수차의 살수 행위와 관련해 운용지침(가슴 윗부분 직사 금지) 위반과 그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로 국민에게 사망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가한 국가 공권력의 남용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