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살기 위해 나가긴 하는데 글쎄"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7.10.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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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국내 카드시장은 끝났습니다. 그나마 해외진출 외에는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질 않는데 그것마저도 성과를 장담할 수가 없어요."

최근 만난 한 카드사 임원이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며 건넨 하소연이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수익원 마련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성장률이 높은 개발도상국가는 아직 카드 이용이 적어 잠재력이 큰 데다 금리 수준이 높아 수익성 높은 신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부 카드사는 일본이나 미국 등 카드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 진출해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해외시장은 진출했다고 곧바로 수익이 창출되는 것이 아니다. 사업 인·허가는 물론 고객과 결제망 확보 모두 쉽지 않다. 앞서 해외에 진출한 은행계 카드사를 보더라도 수익을 내기까지 5~6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처럼 신용카드 시대를 반드시 거치리란 보장이 없다는데 있다. 중국에서 보듯 현금시대에서 곧바로 '알리페이', '위챗' 등 모바일 결제시대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각 나라마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바탕으로 핀테크 기반의 결제시스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신용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를 거치지 않는 '앱 투 앱' 방식으로 손쉽게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열심히 카드 인프라를 깔아놔도 쓸모가 없어지는 셈이다.

[기자수첩]"살기 위해 나가긴 하는데 글쎄"


물론 한국의 신용카드 기술이나 운영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카드사들의 집약된 노하우와 한류 열풍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생존을 위한 해외 진출이 예상 이상의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정부도 카드사의 해외 진출에 대해 최대한 지원한다면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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