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포터가 말하는 가장 매력적인 환경이란 무엇일까? 바로 ‘독점적 환경’을 말한다. 포터는 좋은 환경, 즉 ‘독점적 환경에 포지셔닝하도록 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독점적 환경을 구축하면 경쟁자가 없어 수익성이 높고, 과점은 경쟁자가 소수라서 수익성이 중간이며, 완전경쟁은 경쟁자가 다수라서 수익성이 낮다. 이는 외식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 ‘독점적 메뉴를 개발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일미옥불고기’의 사례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자. 일미옥불고기의 원래 상호명은 한우 전문점 ‘홍성마당’이었다. 30여 년 경력 베테랑 한식 조리사 임형우 대표가 창업했는데, ‘조리사 출신이 창업을 하면 망한다’는 말처럼 뜻대로 잘 안 되어 실패하고 말았다. 임 대표는 2013년 봄에 충남 홍성에서 ‘홍성마당’이란 간판을 걸고, 한우전문점을 창업했다. 실력도,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파리만 날렸다.
식당의 구조도 문제였다. 탁 트인 좌식 구조였는데, 대도시와 달리 지방도시 고깃집은 독립된 방을 찾는 손님이 많다. 지역사회여서 아는 이들과의 어색한 조우를 불편해 하기 때문이다. 테이블 형태나 배기 시스템도 한우전문점과 전혀 맞지 않았다. 고기를 구울 때 배기가 원활하지 못했고 손님과 직원의 동선은 꼬였다.
게다가 홍성은 연고로 맺어진 지역사회였다. ‘아는 집’을 놔두고 생판 모르는 사람의 고깃집에 갔다간 지역사회에서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공짜로 준다면 모를까, 아무리 ‘홍성마당’이 최상품 등심과 갈비를 판다고 해도 토착 점포들과 애초에 경쟁이 되질 않았다. 이런 이유로 30여 년 경력베테랑 조리사도 쓴 맛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렇다면 임 대표는 어떻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을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독점적 메뉴를 개발함으로써 가능했다. 임 대표는 외식경영 컨설팅을 받고 상호를 ‘일미옥불고기’로 바꾸고, 메뉴를 불고기와 시래기로 바꿨다. 지역 상권 내에서 어차피 한우로 1등 할 수 없다면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종목으로 1등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고기와 시래기는 둘 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메뉴이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제공하는 식당은 흔치 않다. 이 점에 착안해 불고기를 장착한 웰빙 콘셉트(Concept)의 고깃집으로 탈바꿈시켰다. 음식 가격이 저렴해 점포 문턱도 낮출 수 있고 원가가 낮아 수익성도 비교적 양호한 메뉴였다.
물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강원도 시래기 산지, 유통업자, 식당을 찾아 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샘플을 채취하고 시래기 맛을 봤다. 서울 유명 한정식집 출신 조리사에게 불고기 전수교육도 받았다. 이때 임 대표의 조리 경력이 빛을 발했다. 전수교육 시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알아들은 것이다. 임 대표의 조리 실력은 청출어람의 불고기를 조리해냈다.
상호에도 철학과 의미를 담았다. ‘일미옥불고기’에서 일미는 아주 좋은 맛을 뜻하는 일미(逸味) 혹은 ‘첫째 가는 맛’이라는 뜻의 일미(一味)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한우불고기시래기밥(불고기 150g+시래기밥, 1만6000원)과 시래기밥 정식(8000원)은 이 집의 간판 메뉴가 되었고, 홍성 근방에서 독점적 메뉴가 됐다.
독점적 환경을 구축한 일미옥불고기는 블로그마케팅 등을 통해 홍보의 방아쇠를 당겼다. 여름 피서 철과 맞물린 블로그 마케팅은 효과가 컸다.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이미지와 ‘홍성 맛집’이라는 키워드로 지속적으로 홍보활동을 펼쳤다. 그러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차츰 서해안을 오가는 관광객이 꼭 들렀다 가야 하는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고객의 80%가 외지 관광객이라고 한다. 매출액도 이전보다 5~6 배 정도 뛰었다.
이제 일미옥불고기는 홍성에서 확실한 맛집으로 자리를 굳혔을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시래기밥이 맛있는 집으로 소문났다. 브랜드 가치가 크게 향상된 것이다.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은 무엇보다도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점을 최고의 매력으로 꼽는다. 게다가 맛과 건강 요소까지 갖춰 선호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