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AFP 등 주요 외신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마로스 세프코빅 EU 에너지 집행위원회 부의장은 전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바스프 등 유럽 화학 기업과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완성차업계 핵심 관계자들과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 확보를 위한 회의를 가졌다.
EU는 이번 회의를 바탕으로 내년 2월 배터리 동맹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배터리 업체 육성에 22억 유로(약 3조원)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국내 A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배터리업체 점유율 순위 10위권 안에 동아시아 3국을 제외하고 유럽 업체는 한 곳도 없다"며 "배터리 자체 생산 기술력이 없는 유럽은 지금 뭔가를 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에 진입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 업계는 최근 유럽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현지 공장을 속속 마련하는 상태다. 삼성SDI는 지난 5월 헝가리 공장 준공식을 마쳤으며 LG화학은 폴란드 공장에 2020년까지 436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107,700원 ▼2,000 -1.82%)은 조만간 체코와 헝가리 가운데 현지 공장 부지를 최종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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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유럽의 배터리 동맹이 현실화 된다 해도 당장 업계 판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과 일본 등의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B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개발 주기 5년에 맞춰 배터리가 개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유럽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최소 5년"이라고 말했다.
유럽 동맹의 가세로 시장 규모가 커져 오히려 업계 전반에는 긍정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C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유럽 전기차 시장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배터리 동맹을 결성한다는 것 자체가 역내 전기차 시장 규모를 키우고자 하는 EU의 확고한 의지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장기적으로 '안방 시장'을 등에 업은 본토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배터리 동맹 결성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의 틀을 깨는 혁신 기술로 한국과의 격차를 따라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