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홀로서기', 긴장하는 車배터리 업계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7.10.1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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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석유화학·자동차 업계 연합 배터리 동맹군 결성 움직임…韓 유럽 공략 장기적 변수로 부상

유럽도 '홀로서기', 긴장하는 車배터리 업계


유럽연합(EU)이 삼성SDI (431,000원 ▼10,500 -2.38%)LG화학 (398,000원 ▼6,000 -1.49%) 등이 주도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파고들기 위해 자체 배터리 업체 공동설립에 나선다. 시장 진입을 더 망설이다가는 고속 성장이 예견된 안방 시장을 한국 등 아시아 업계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국내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당장 시장 판도가 바뀌지 않는다면서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돈다.

15일 AFP 등 주요 외신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마로스 세프코빅 EU 에너지 집행위원회 부의장은 전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바스프 등 유럽 화학 기업과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완성차업계 핵심 관계자들과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 확보를 위한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EU와 화학, 자동차업계는 공동으로 유럽 전기차 배터리 업체를 설립하는데 뜻을 모았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이 합작해 1970년 설립한 유럽 연합 항공사 에어버스와 비슷한 '동맹군'을 전기차 배터리 업종에서도 발족한다는 목표다.

EU는 이번 회의를 바탕으로 내년 2월 배터리 동맹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배터리 업체 육성에 22억 유로(약 3조원)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유럽이 배터리 연합전선 구축에 나선 까닭은 성장하는 역내 전기차 시장을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배터리 업계에 통채로 내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유럽 각국은 2025년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결정을 내려놓고 있어 이제 막 발을 뗀 역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국내 A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배터리업체 점유율 순위 10위권 안에 동아시아 3국을 제외하고 유럽 업체는 한 곳도 없다"며 "배터리 자체 생산 기술력이 없는 유럽은 지금 뭔가를 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에 진입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 업계는 최근 유럽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현지 공장을 속속 마련하는 상태다. 삼성SDI는 지난 5월 헝가리 공장 준공식을 마쳤으며 LG화학은 폴란드 공장에 2020년까지 436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107,700원 ▼2,000 -1.82%)은 조만간 체코와 헝가리 가운데 현지 공장 부지를 최종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유럽의 배터리 동맹이 현실화 된다 해도 당장 업계 판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과 일본 등의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B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개발 주기 5년에 맞춰 배터리가 개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유럽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최소 5년"이라고 말했다.

유럽 동맹의 가세로 시장 규모가 커져 오히려 업계 전반에는 긍정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C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유럽 전기차 시장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배터리 동맹을 결성한다는 것 자체가 역내 전기차 시장 규모를 키우고자 하는 EU의 확고한 의지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장기적으로 '안방 시장'을 등에 업은 본토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배터리 동맹 결성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의 틀을 깨는 혁신 기술로 한국과의 격차를 따라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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