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후분양제' 도입되면 서울 사업은 접어야

머니투데이 홍정표 기자 2017.10.1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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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인지도 열세로 재건축사업 수주도 못하는데, 어려움 가중될 듯

한 대형 건설사가 마련한 견본주택를 찾는 고객들이 분양 정보를 살피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한 대형 건설사가 마련한 견본주택를 찾는 고객들이 분양 정보를 살피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국내 중견건설사들은 서울에서 사업진행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가 후분양제 도입을 위한 로드맵 마련에 착수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후분양제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견건설사들은 경영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1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공부문부터 후분양제를 도입하고 ‘후분양제 로드맵’을 마련, 민간에도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감에서 박상우 LH 사장은 “실무 차원의 논의는 있었지만 기관 대 기관의 공식 검토는 없었다”면서도 “국감 이후 정부의 로드맵 마련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도 후분양제가 잘 실행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정부 의견에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여, 민간 건설사들의 후분양제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분양제는 아파트 착공 시점에 분양하는 선분양과 달리 건물이 일정수준 지어지거나 준공시점에 분양하는 방식이다. 건설사들은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를 선택해 분양에 나설 수 있지만 자금부담이 덜한 선분양제를 선호한다.
 
일부 대형건설사가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후분양제를 제시한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조합들이 자금여력이 풍부하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건설사들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천문학적인 입찰보증금 납부를 조건으로 내걸기도 하지만 지역 랜드마크 선점을 위한 대형건설사간 경쟁에 따른 것이다.
 
후분양제는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분양가의 70% 정도인 계약금과 중도금 없이 2~3년간 공사대금을 자체 조달해야 해 대부분 건설사가 부담을 크게 느낀다.
 
이에 중견건설사들은 공공택지 공급이 더이상 나오지 않고 재건축·재개발로만 새 아파트를 짓는 서울에선 사업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9월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를 통해 서울에서 분양된 민영아파트 총 32건 중 중견건설사가 선보인 곳은 5곳 정도에 그친다.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한 곳은 한 곳도 없다 .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후분양제가 확대되면 서울에서는 일정규모 이상 분양사업은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브랜드 인지도 부족으로 서울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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