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 경제, 낙관과 비관 사이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2017.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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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대외적으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견실해졌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은 ‘견실하다’일 듯하다. 그는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 전 세 차례의 현장 방문 일정을 소화하며 한국경제가 “견실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는 최근 일각에서 나오는 ‘한국 경제 비관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들어 다소 진정됐던 비관론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보복과 북한 핵 리스크, 미국발 통상압박 등의 대외 여건 등을 이유로 다시 제기됐다.



‘10월 위기설’도 그 중 하나다. 최근 한 민간경제연구소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도 비관론의 단서로 받아 들이기도 한다. 민간연구소들은 내년 성장률은 2%대 후반이 될 것으로 봤다. 올해와 내년 모두 3% 성장률을 예상한 정부와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런 위기설을 논하는 모습이 낯설지는 않다. 올해 초에도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등을 들며 ‘4월 위기설’이 나돌았지만 실체 없이 사라졌다. 지난해 말 일부 민간연구소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까지 낮춰 잡았지만 올 들어 수출과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자 전망치를 올렸다.



위기설이 되풀이되는 것은 우리 경제가 외부 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람들이 ‘위기’에 민감한 탓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위기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주목받는 법이다. 과거 외환위기를 겪은 트라우마도 존재한다. 그러나 ‘경제는 심리’라는 말에서 보듯 위기를 논하는 일엔 주의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경제는 아이 다루기와 같다”고도 했다. 아이에게 하듯 잘한다고 칭찬해줘야 좋아진다는 것이다.

위기의 ‘자기실현성’으로 인해 비관론이 경제 주체들의 인식을 지배하면 회복이 어렵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 이후 급격히 악화된 소비심리가 반등하는 데는 몇 달이 걸렸다. 빠르게 위기 신호를 감지하고 대처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과도한 비관론은 불안만 조장할 뿐이다. 물론 거꾸로 근거 없는 장밋빛 낙관도 경계해야 한다. 낙관과 비관 사이의 균형이 필요한 때다.
권혜민권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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