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여중생 살해·시신 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11일 이씨 부녀가 거주했던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에서 열린 현장 검증에서 시신을 담은 가방을 옮겨 차에 싣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망우동 자택은 두 부녀가 지난 달 30일 A양을 유인해 살해한 곳으로 지목된 장소다. 2017.10.11/뉴스1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이씨가 감정이 실리지 않은 거짓말로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고 판단했다.
유서 영상은 이씨가 이달 2일 자신의 딸(14)과 달리는 차 안에서 촬영했다. 영상은 차 밖의 풍경 등을 고려할 때 피해 여중생 A양(14) 사체를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뒤 서울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찍었다.
영상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이씨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드러낸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씨는) 지적장애보다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사람으로 보인다"며 "사체를 유기하고 이동하며 찍은 영상인데, 죽은 아이에 대한 (직접적) 얘기가 한 마디도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억울함은 과대포장 하지만, 남에게 가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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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극단적 자기 중심주의를 보이는 사이코패스"라며 "전체적으로 감정이 실려 있지 않은데, 진짜 감정 과잉인 사람은 통곡으로 말을 못한다"고 말했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도 "정말 억울한 사람은 말을 하지 않는데, 이씨는 쇼를 하고 있다"며 "(딸에게) 엄마 영정을 들고 동영상을 찍게 하고, 이런 것을 보면 나중에 (범행 사실이) 밝혀졌을 때 비난을 최소화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영상인 이씨가 지난달 자살한 아내의 시신을 직접 닦는 모습에서도 사이코패스 성향이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해당 영상에서 이씨는 죽은 아내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시신에 입을 맞추기도 한다.
아내를 직접 염하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까지 한 행위 자체가 범죄심리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조차 보지 못했던 극히 드문 사례다. 배 교수는 "인형 닦듯이 아내 성기를 닦고 있는데, 자기 아내를 염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염하면서 웃는 걸 보면 전혀 두려운 감정을 못 느끼는 사이코패스 같다"고 말했다.
권 교수도 "아내가 죽어서 염을 하는데도 기쁘거나 슬퍼하는 감정의 변화가 없는 정동장애를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 중랑구 이씨 자택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추가 조사 결과 살해 추정 시점을 30일 오후에서 1일 오전 11시53분 이후로 바꿨다. 30일 밤 11시20분쯤 A양 부모가 실종신고를 한 이후 피해자가 약 12시간가량 살아 있었던 만큼 경찰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씨의 범행이 성(性)적인 부분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이씨 클라우드(온라인 저장 서버) 계정에서 성관계 동영상이 발견돼 지난달 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동영상은 A양이 실종되기 전인 지난달 5일 투신한 이씨 아내의 사망 사건을 내사하던 중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이씨가 아내를 포함한 여자들을 동원해 성매매를 알선해왔다는 의혹도 제기했지만 경찰은 "살인사건을 우선 처리한 후 확인해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