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전 정부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특정 보수단체의 활동비를 지원하라고 요구했다는 게 '화이트리스트' 사건의 골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청와대는 보수단체별 지원금 액수를 지정해 전경련 임직원들에게 활동비를 지원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전경련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 LG, 현대차, SK 등 대기업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과 자체 자금을 합쳐 총 68억원을 보수단체들에 건넸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보수단체에 돈을 건넨 대기업들에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법은 원칙적으로 국정원 직원이 대상이지만, 대기업들이 해당 혐의의 공범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철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도 최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요청으로 대기업에서 자금을 모금해 건넨 것"이라며 "청와대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들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려면 기업들이 국정원의 불법적 정치 관여 사실을 정확히 인지한 상황에서 이에 가담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이 소명돼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입증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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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청와대로부터 모종의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했다면 뇌물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까지 특정 기업이 경영 현안 등에 대한 청탁 대가로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정황은 드러난 바 없다는 점에서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간부들의 경우에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그 부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수사를 통해 기업들의 구체적인 청탁 정황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