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녀' 정주행, 에펠탑 셀카…'나홀로 추석족'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7.09.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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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나홀로 추석족 많아…20대는 '알바'·취업준비, 30대는 '힐링'

혼밥 사진./머니투데이db혼밥 사진./머니투데이db


#직장인 최모씨(30)는 추석 황금 연휴 때 9박10일간 유럽 여행을 떠난다. 프랑스에서 5일, 이탈리아에서 4일을 머문 뒤 귀국하는 여정이다. 황금 연휴가 다시 없을 기회라 생각했던 최씨는 지난해부터 계획을 세워왔다. 올해 초 비행기표를 구했고, 가족들에게도 홀로 추석을 보내겠다고 공언했다. 최씨는 "에펠탑 앞에서 셀카도 찍고 느긋한 오후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씨(21)는 추석 내내 그동안 못봤던 드라마와 영화를 볼 계획이다. 연휴를 홀로 즐기기 위해 대구에 있는 가족들도 지난달 미리 보고 왔다. 드라마 품위있는그녀, 쌈마이웨이 등을 정주행(연달아 한 번에 보는 것)하고, 조조·심야 영화도 보기로 했다. 김씨는 "아르바이트나 숙제 등을 하느라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못봤는데 이번 기회에 쉬면서 몰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장 열흘간의 추석 황금연휴를 홀로 즐기려는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로 20~30대 대학생·직장인들로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혼자 편하게 지내겠다는 이들이 많다. 취향에 따라 여행을 가거나 책 전집을 읽고 호텔에서 쉬는 등 다양한 계획을 세웠다.

29일 20~30대 '혼추족'들을 취재한 결과 20대는 아르바이트나 취업 준비 등을 이유로, 30대는 휴식 등을 위해 혼자 추석을 보내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때 모이는 가족·친척들을 피하거나 여행 등이 이유라는 답변은 20~30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20대 대학생들은 재정적인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이들이 많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20대 회원 11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 61.9%가 혼자 추석을 보내겠다고 답했고, 이유로 '아르바이트(27.2%)'를 가장 많이 꼽았다.

고향이 부산인 대학생 김수연씨(23)는 "추석 연휴 기간 마트에서 판촉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일급 7만원 정도인데 짧은 기간 동안 바짝 벌 수 있어 생활비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20대 취업준비생들은 명절을 따로 즐길 여유 없이 공부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 7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유모씨(29)는 "이미 재수를 하고 있어서 이번 추석 연휴에도 공부에만 몰두하기로 했다"며 "부모님을 보기도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대기업 공채에 지원한 한모씨(28)도 "서류 전형이 남은 기업도 있고, 인적성이나 면접 준비 중인 기업도 있어서 이번 추석 연휴는 혼자 시험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내년 설 연휴에 신입사원이 돼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들은 "쉬고 싶다"는 이유로 혼추족을 선택했다. 직장인 김은정씨(33)는 "이번 추석은 무계획이 계획"이라며 "아무 것도 안하고 백수처럼 만화책하고 TV를 보며 뒹굴거리고 배달 음식을 시켜먹겠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절에 머물며 보내는 것)를 선택한 한석재씨(32)도 "평소 업무와 사람에 치이는 것이 지긋지긋해 쉬고 싶어 3박4일간 템플스테이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친척·가족들을 보기 싫어 혼추족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었다. 비혼족(결혼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 직장인 정민호씨(34)는 "명절 때마다 결혼하라는 잔소리를 들었는데 추석 연휴 내내 시달릴 것 같아 집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며 "호텔에 묵으면서 혼술(혼자 술마시는 것)과 혼밥(혼자 밥먹는 것)을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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