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10일 추석 황금연휴… 해외에서 돈 더 쓴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10.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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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거주자 해외소비 15조원 넘어…내수 관광 소비는 둔화

열흘간의 황금 추석연휴를 앞둔 28일 오전 인천공항 항공사 출국수속장에서 해외에서 연휴를 보내려는 시민들이 긴줄을 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열흘간의 황금 추석연휴를 앞둔 28일 오전 인천공항 항공사 출국수속장에서 해외에서 연휴를 보내려는 시민들이 긴줄을 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지난주 성묘를 미리 다녀왔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을 활용해 5박 7일 체코 프라하 여행을 간다.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 전부터 여행 계획을 짰다는 그는 “이번 연휴 기간을 활용해서 미국, 유럽 등 평소 가기 힘든 지역으로 여행을 가려는 지인이 많다”고 했다.

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최장 10일간의 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 기간 해외여행객이 집중돼 기대만큼 내수 경기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거주자 국외소비지출(명목) 규모는 15조96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9%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연간 기준 해외소비 규모는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치(28조9299억원)도 깰 가능성이 높다.

거주자 국외소비지출은 내국인이 해외에서 소비한 음식, 숙박, 상품 구입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규모가 클수록 해외에서 씀씀이가 커졌다는 의미다.



2002년 처음으로 연간 10조원을 넘은 해외소비는 2003년 신용카드 사태(-5.6%),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5.7%), 2011년 남유럽재정위기(-8.8%)를 제외하고는 매년 증가세가 이어졌다.

최근 해외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출국자 수도 많이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내국인 출국자 수는 1739만551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7.7% 증가했다. 특히 휴가철인 지난 7월(238만9447명), 8월(238만5301명) 출국자 수는 월별 기준 역대 1, 2위를 기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추석 연휴기간인 9월 29일부터 10월 9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이 약 195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평균 여행객 수는 17만7586명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10.3% 늘어난 수준이다.


최장 10일 추석 황금연휴… 해외에서 돈 더 쓴다
해외소비 증가는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에 따른 중국인관광객 감소와 맞물려 여행수지 적자 폭을 확대시킨 요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8월 여행수지 누적 적자 규모는 109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해외여행객이 많이 늘었는데 지난해와 비교해 중국인관광객이 70% 가량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런 흐름이라면 2007년(-158억4000만달러) 기록한 역대 최대 적자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내수 관광소비 전망은 어둡다. 국내 대표 여행지인 강원도 사례만 봐도 그렇다. 한은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8월 동해안 해수욕장 방문객은 2244만명 전년동기대비 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강원지역 5대 워터파크 입장객은 106만명, 강원지역 국립공원 탐방객은 95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1.7%, 12% 줄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강원도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관광, 레저 관련 업종 경기는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다른 지역도 사정이 비슷하다. 제주도를 제외하면 국내 관광객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수 서비스업 성장세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서비스업 성장률은 0.2%로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분기 성장률은 0.8%로 1분기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도소매(0.3%), 음식숙박업(0.3%) 등 대표적 내수 업종은 신통치 않다.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려면 수출도 중요하지만 자영업자 등 서민 경기와 직결된 내수 소비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고려해 정부 각 부처 기관장들은 연휴 기간마다 국내 여행을 권고한다.

그러나 이런 캠페인성 홍보에 앞서 국내 관광산업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매년 성수기마다 반복되는 바가지 요금과 불친철한 서비스로 한 번 갔던 관광지는 발길을 끊게 만드는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박모씨는 "올해 여름 가족과 경기도 가평 팬션에서 휴가를 보냈는데 하룻밤 숙박비로 50만원을 요구했다"며 "차라리 이 돈이면 미리 계획을 세워 동남아 지역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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