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이 국회 강연서 소설 '채식주의자'를 거론한 이유…野를 향한 항변

머니투데이 김민우, 권혜민 기자 2017.09.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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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다른 것을 왜 틀리다고 하나…'국제시장' 패러다임, 사람중심투자·혁신성장으로 바꿔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미래성장 경제정책 포럼 '국제시장'과 '채식주의자' 우리 경제 패러다임 전환기에 대한 고민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2017.9.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미래성장 경제정책 포럼 '국제시장'과 '채식주의자' 우리 경제 패러다임 전환기에 대한 고민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2017.9.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왜 다른 것을 틀리다고 하나. ‘Different’인데 ‘Wrong’이라고 하는 건 아닐까”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국회의원 모임에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의미를 이렇게 이해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성장에 ‘우려’를 나타내는 야당의원들에 대한 항변이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성장 경제정책 포럼’ 정기조찬 세미나에서 국제시장'과 '채식주의자'-우리 경제 패러다임 전환기에 대한 고민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김 부총리가 국회에서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포럼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대표의원으로 있는 모임으로, 여야 국회의원 50여 명이 소속돼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최운열, 양승조, 오제세 의원과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한국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날도 세미나에 참석한 24명의 의원가운데 21명이 한국당 의원이었다.

여당인 최운열 의원이 김 부총리를 초청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안해 정 원내대표가 김 부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섭외했다. 김 부총리는 여당의원의 주선으로 야당의원을 대상으로 한 정책간담회를 가진 셈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우리경제를 20년 단위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영화 ‘국제시장’과 소설 ‘채식주의자’를 꺼내들었다. 1975-1995년을 연평균 9.1%의 고도성장을 이룬시기를 ‘국제시장’에 비유하면서 “압축성장·물적자본중심투자·모방추격형성자·결과중시·양적성장의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 당시(1975-1995년) 패러다임은 우리 한국경제 시대상황으로 봤을 때 정말 바람직하고 고도성장할 수있었던 패러다임”이라며 “이 패러다임 덕분에 우리가 짧은 시간내에 압축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 2015년까지 후반 20년은 연평균 성장률 4.3%에 그치고 매4년마다 약 1%씩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왜 그럴까하는 의문을 안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선진국들은 성장률이 조금 낮지만 굉장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한국은 성장률이 계속 밑으로 떨어지고 있어 과연 한국경제가 ‘뉴노멀’ 트렌드에 맞게 우리 경제가 (저성장이지만)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인지 고속으로 떨어질지 알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득주도 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 근거로 ‘소득이 1%포인트 증가할 때 각 계층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IMF 자료를 꺼내들었다. 그는 “하위 2%포인트의 소득이 1%포인트 증가할 때 경제성장은 0.38%오르는 반면 상위 20% 소득이 1%포인트 오르면 성장은 오히려 0.08%포인트 하락한다는 게 IMF통계”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앞으로는 지속가능성장, 사람중심투자, 혁신성장·공정경제로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며 “공정경제를 기반으로 수요측면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일자리중심 경제를 주도하고 공급측면에서는 혁신성장을 가능케하는 투자를 토해 사람중심의 지속경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설명하던 김 부총리가 소설 ‘채식주의자’를 거론하며 돌연 화제를 전환한 건 이때였다. 그는 “책에서 표현하는 채식주의가 작가의 의도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사회가 채식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육식을 강요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제도나 시스템이 어떤 특정한 것을 강요하는 시스템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외람되지만 저도 경제만큼은 9.1%의 고도성장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그 이후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데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시대와 상황을 같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을 ‘틀렸다’고 말하는 야당의원들에게 항변한 것이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논란을 의식한 듯 김 부총리는 “이 강연자료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만들었고 저는 이런소신껏 경제운영을 하고 있다”며 “모든 프레젠테이션의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의원들은 여전히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에서 최교일 한국당 의원은 “소득이 먼저냐 성장이 먼저냐하는데 소득주도성장 용어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우리보다 내수비중이 높은 일본도 복지정책으로 국민에게 많은 돈을 줬지만 성공을 못한상황에서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가 국민소득을 늘려서 성장하겠다는 것은 다시한번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런 방향으로 가야된다는 것은 찬성하는데 부담을 누가 해야하나에 대해 앞으로 보완됐으면 좋겠다”며 “또 전체 거버넌스를 누가해야하나. 정부가 세금써서 한다면 퍼주기로 인식될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새정부는 낙수효과가 아닌 소득주도에 의한 분수효과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패러다임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성공할 것인지 회의적 시각이 많이 있다”며 “또 분배를 강조하는 것은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한 문제와 연결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며 “국회도 제 일을 할 테니 정부는 적극적으로 좋은 정책을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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