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3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2017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 거리극 축제, 아르헨티나 극단 보알라(Voala)가 '보알라 정거장' 공중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06.03. [email protected]
그런데 정부와 여당이 소위원회 의결 직후 그걸 잘못된 입법이라고 지적하면서 이후 모든 법안심사가 중단되고 이 문제로 여·야간에 엄청난 논란이 야기되었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예산 지원을 강제하는 것은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 개정안은 소위원회 의결 이후 전체 위원회에 상정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2015년 2월 임시회에서 여야 지도부의 협의를 통해 타결되었다. 현행 “지원한다”는 규정은 그 과정의 막후에서 필자가 제안한 것으로서, 여당의 “지원할 수 있다”와 야당의 “지원하여야 한다”를 절충한 타협안이다.
헌법 제54조는 새로운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한 때에는 정부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할 수 있는 경비로서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을 규정, 국회가 법으로 지출의무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는 오히려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규정을 존중하여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동 개정안에 대한 소위원회 심사에서 한 여당 의원이 예산 절감, 방만한 경영 자제 등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강행 규정을 임의 규정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개정안을 발의한 야당 의원은 국가기관 운영의 일부를 법인 등에 위탁하는 대신에 그 법인 등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재원을 지원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강행 규정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입법에서 예산 지원을 모두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예산 지원을 강제하는 것을 모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사안별로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27조의2를 같은 시기에 심사절차를 거쳐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 제15조와 비교해 볼 때 전자는 위탁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예산 지원을 강제할 만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반면, 후자는 인성교육 지원, 인성교육프로그램 개발·보급 등 인성교육 진흥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 경우는 굳이 예산 지원을 강제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도 전자는 엄청난 논란이 야기되고 끝내 절충안으로 처리되었고, 후자는 아무런 논란 없이 통과되었다. 결국 이 양자를 비교할 때 논란의 대상이 뒤바뀐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그저 반대의 논리로 '정부의 예산편성권 침해'가 이용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 입법권보다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중시하는 것은 종래 정부 주도 입법 시대의 논리다. 현재 의원 주도 입법 시대에서 그런 주장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본다.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회 스스로 그 권한을 중시해야 비로소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