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KAI 부사장. /사진제공=KAI.
21일 오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여유로워야 할 퇴근길에도 직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회사 한켠 삼삼오오 모인 곳에선 이날 숨진 김인식 부사장에 대한 안타까움이 오갔다.
한 직원은 "(김 부사장이)한달 전 이라크에 실무진을 파견해 대금을 회수하고자 했으나 이라크 정부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왔다"며 "이후 본인이 직접 나서 일을 해결하려 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와 상심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검찰수사가 두달 넘게 이어지면서 KAI는 자금줄이 막히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이라크에서 대금도 회수하고, 검찰이 이라크 수주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벌인 것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심을 덜고자 지난 17일 출장길에 올랐다가 사흘 후인 지난 20일 귀국했다.
한 KAI 직원은 "김 부사장과 KAI 엔지니어들이 수리온에 갖는 자부심은 매우 컸는데 한순간에 결함덩어리 취급을 받자 굉장히 충격을 받은 듯했다"며 "인도네시아 수출 협의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인도네시아는 약 200대의 군·관용 헬기를 보유 중으로 척당 250억원 정도 하는 수리온의 가격을 감안하면, 잠재수요는 총 5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지난 21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 전시된 수리온 헬기. /사진=강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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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사장은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전투기 조종사를 지낸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KAI의 고등훈련기 T-50 개발 등에 기여했고, 하성용 전 사장의 전임 정해주 전 사장 시절 KAI에 영입됐다. 2015년 말부터는 해외사업본부장으로 수출사업 전반을 책임져 왔다.
김 부사장이 남긴 3장 분량의 유서에는 "잘해보려고 했는데 누를 끼쳐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 직원은 "가만히 계셔도 아무 문제 없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라고 했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