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이라크서 대금회수 나섰던 고 김인식 KAI 부사장

머니투데이 사천(경남)=강기준 기자 2017.09.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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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대금회수·분식회계 의혹 풀겠다" 이라크갔다 빈손으로 귀국...수리온 첫 수출 무산에도 상심 컸던 듯

김인식 KAI 부사장. /사진제공=KAI.김인식 KAI 부사장. /사진제공=KAI.


"마지막까지 본인이 책임지고 이라크서 대금을 회수하고, 분식회계 의혹을 풀겠다고 노력하셨다"

21일 오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여유로워야 할 퇴근길에도 직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회사 한켠 삼삼오오 모인 곳에선 이날 숨진 김인식 부사장에 대한 안타까움이 오갔다.

한 직원은 "(김 부사장이)한달 전 이라크에 실무진을 파견해 대금을 회수하고자 했으나 이라크 정부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왔다"며 "이후 본인이 직접 나서 일을 해결하려 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와 상심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KAI는 이라크와 계약한 FA-50 경공격기 24대 중 6대만 납품했다. 나머지는 KAI 사천 공장에 대기 중이다. KAI가 이라크에서 받아야 할 대금만 3000억∼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검찰수사가 두달 넘게 이어지면서 KAI는 자금줄이 막히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이라크에서 대금도 회수하고, 검찰이 이라크 수주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벌인 것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심을 덜고자 지난 17일 출장길에 올랐다가 사흘 후인 지난 20일 귀국했다.



특히 김 부사장이 지난해부터 공을 들여 진행해온 국산헬기 수리온의 인도네시아 첫 수출 건도 한순간에 '결함덩어리'로 전락하며 수출 협의마저 무산되자 스트레스를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KAI 직원은 "김 부사장과 KAI 엔지니어들이 수리온에 갖는 자부심은 매우 컸는데 한순간에 결함덩어리 취급을 받자 굉장히 충격을 받은 듯했다"며 "인도네시아 수출 협의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인도네시아는 약 200대의 군·관용 헬기를 보유 중으로 척당 250억원 정도 하는 수리온의 가격을 감안하면, 잠재수요는 총 5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지난 21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 전시된 수리온 헬기. /사진=강기준 기자.지난 21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 전시된 수리온 헬기. /사진=강기준 기자.
KAI 직원들은 김 부사장에 대해 "수시로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임원보다는 선배처럼 격식 없이 대하시던 분"으로 기억했다. 이번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직원들에게 "책임지고 해결하는 일이 없어 미안하다"라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김 부사장은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전투기 조종사를 지낸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KAI의 고등훈련기 T-50 개발 등에 기여했고, 하성용 전 사장의 전임 정해주 전 사장 시절 KAI에 영입됐다. 2015년 말부터는 해외사업본부장으로 수출사업 전반을 책임져 왔다.

김 부사장이 남긴 3장 분량의 유서에는 "잘해보려고 했는데 누를 끼쳐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 직원은 "가만히 계셔도 아무 문제 없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라고 했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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