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약요건 강화, 우려되는 부작용은..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7.09.21 04:00
글자크기
[기자수첩]청약요건 강화, 우려되는 부작용은..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대상지역에 대폭 강화된 아파트 청약요건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1순위 자격이 청약통장 가입 1년에서 2년으로 늘었고 전용 85㎡ 이하 아파트는 100% 청약가점제로 당첨자를 뽑아야 하는 등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이 시행됐다.
 
당장 청약가점이 낮은 실수요자들의 '청약 포기'가 속출했다. 신축 대신 구축 아파트 매입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8·2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한 강남 구축의 호가가 최근 다시 직전 고점 수준으로 오른 것도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했다.

문제는 신축도, 구축도 동시에 들썩이기 시작하면 8·2대책의 효과가 무위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제어하면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강남권 단지들은 '로또'가 됐다.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도록 하는 것은 신축 단지가 높은 가격에 분양에 성공하면 인근 구축의 가격까지 끌어올려 시장이 과열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청약제도 강화로 상당수 수요자가 구축 단지 거래로 눈을 돌리면 집값 안정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 분양단지는 단지대로, 구축은 구축대로 경쟁이 과열되고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최근 대출규제와 청약요건 강화로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을 두고 "당장 집을 못 사는 것보다 집값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당장은 집을 살 수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되면 주거불안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소위 '돈 있는 실수요자들'만 진입 가능한 시장에서 집값이 장기 안정세로 가지 않고 강남 신축·구축할 것 없이 또다시 들썩이지는 않을지 시장은 불안한 눈길을 보낸다. 정부가 시장 저항으로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섣불리 정책효과를 논하기보다는 시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때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