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형쇼핑몰 외형 닮은 하남 도심 발전소 가보니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박준식 기자 2017.09.2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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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 하남 열병합발전소, LNG 발전 후 남은 열 지역난방으로 재활용

SK E&S 하남 열병합발전소 전경. 2015년 가동에 들어간 이 발전소는 최대 329MW의 전력을 생산하고 남은 256Gcal/h의 열에너지로 난방을 공급할 수 있다/사진=SK E&SSK E&S 하남 열병합발전소 전경. 2015년 가동에 들어간 이 발전소는 최대 329MW의 전력을 생산하고 남은 256Gcal/h의 열에너지로 난방을 공급할 수 있다/사진=SK E&S


지난 13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신도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상일인터체인지를 빠져나오자 막바지 건설이 한창인 아파트 숲 앞으로 하남 열병합발전소가 눈에 들어왔다.

흰색 외벽에 알록달록한 유리창이 박힌 깔끔한 외관이 대형 쇼핑몰을 연상케 했다. 우뚝 솟은 굴뚝도 주차타워를 닮았다. 주거단지 속에 이질감 없이 섞인 이 발전소는 미사 신도시를 포함, 감일·현안 지구와 서울 강동구 등에 난방을 공급하기 위해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강혜수 나래에너지서비스 경영지원 팀장은 "하남 발전소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지만 지역사회에 난방도 공급한다는 점에서 타 발전소와 차별된다"며 "매출원이 전기 생산과 난방 공급 두 개인 셈"이라고 말했다. LNG를 태워 전력을 생산하고 남은 열을 이용에 난방을 공급하는 구조다. 하남 열병합발전소 연 매출 약 2400억원 가운데 발전부문이 2100억원, 난방이 300억원 가량이다.

SK E&S의 자회사 나래에너지서비스가 운영하는 이 발전소는 위례 발전소와 함께 SK E&S 열병합 발전 사업의 양대 축이다. 하남 발전소는 시간당 최대 329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하고 남은 256기가칼로리(Gcal)의 열에너지로 난방을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과 열은 각각 100만, 10만여 세대가 일 년에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단, 전력은 한국전력에 공급하고 열에너지는 지역난방으로 보낸다.



강 팀장은 "청정 연료인 LNG를 열원으로 사용한 덕에 주거단지 인접 지역에 발전소를 허가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남 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은 검출 조사에 잡히지 않을 만큼 미미하며 황산화물 배출량은 '제로'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시간 당 질소산화물, 미세먼지를 각각 80ppm, 20ppm 배출하는 것과 비교된다.

인구 밀집 지역 건설이 가능하다 보니 전력을 생산하고 남은 열을 재사용해 인근 지역사회에 난방으로 공급할 수 있다. 오지나 해안 지역에 건설돼 지역 사회로부터의 난방 수요가 없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 등에서는 전기 생산 후 발생한 열이 고스란히 폐기된다.

하남 열병합발전소 직원들이 발전소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사진=SK E&S하남 열병합발전소 직원들이 발전소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사진=SK E&S
발전소 내부로 들어서니 대형 터빈이 돌아가고 있었다. 전력 생산과 함께 발생한 열 탓에 한여름을 방불케 할 만큼 더웠다. LNG를 연소해 발생한 가스가 가스터빈을 돌리고 가스터빈에서 나온 증기가 고압 스팀터빈을 돌린 다음 여기서 발생한 증기가 또 한차례 중압 스팀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 단계까지는 일반 LNG발전소와 비슷한 구조다.


하남 발전소에는 중압 스팀터빈 이후 단계를 진행할 난방열 생산장치가 추가로 설치돼 있었다. 이 단계에서 가스터빈과 고압·중압 스팀터빈을 돌린 뒤에도 남은 증기가 난방열로 전환된다.

강 팀장은 "남은 열을 난방으로 재활용하는 덕에 하남 발전소의 에너지 효율은 80%가 넘는다"며 "잔여 열을 대부분 버리는 일반 발전소의 에너지 효율은 5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이 발표한 '국가에너지시스템에서의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가치평가 및 기여방안'에 따르면 이 같은 에너지 재활용을 통해 국내 14개 열병합발전소가 2015년 기여한 경제적 가치는 538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정 연료를 사용하는 데다 에너지 효율성까지 끌어올린 열병합발전이 사실상의 신재생에너지로 통하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다만, 열병합발전은 현재 전기와 난방 공급 양쪽에서 모두 원가 회수가 힘든 이중고에 직면한 상태다. 난방의 경우 지역난방시장 절반가량을 차지해 원가 경쟁력을 갖춘 한국지역난방공사 판매가의 10%를 넘어선 안되는 규제를 받는 데다 단순 전기 생산 측면에서는 일반 대형 발전소보다 비용이 높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이 때문에 하남 발전소도 2015년 가동 이래 적자를 기록 중이다.

강 팀장은 "사실상의 신재생에너지인 만큼 거기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 주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효율적 에너지 사용이라는 관점에서의 시장, 제도적 접근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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