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학교폭력에 징계'=가장 효과 없는 대책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17.09.18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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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벌 여론 몰아쳐도, '회복' 포기해선 안돼…처벌 대신 재발 방지에 초점 맞출 때

"전세계적으로 학교폭력 대책 중 가장 효과가 없다고 알려진 방법이 처벌 위주 정책이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기자와 대화에서 처벌로만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는 우리나라 정서를 꼬집었다. 이제껏 징계와 처벌 위주로 만든 대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답은 '회복'에 있다고 말한다. 빠른 변화와 숫자에만 집중한 각종 대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교가 사법기관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을 정도로 잘잘못을 따지고 징계 내리는 데에만 열중한다. 부산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아직 중학생이다. 치료와 교육을 통해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크다."

물론 큰 공분을 산 가해 학생을 정신과 치료와 상담이 필요한 대상으로 보려는 시각 자체가 어딘가 불편하다. 화가 가득한 사회에 누구도 섣불리 나서서 가해 학생들을 치료하자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재발 방지에 엄벌주의는 답이 아니다. 하지만 누가 이런 말을 듣고 싶겠나? 오히려 뭇매 맞기 십상이다." 인권 전문가 A씨의 고백처럼 비난을 각오해야 한다.

학교폭력 대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줄곧 징계와 처벌로 이뤄져 왔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이 마련됐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학교폭력 근절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대책 실효성을 분석하는 데는 소홀한 채 '학교폭력 건수 감소' 통계만 신경 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해 학생의 상황을 정신건강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폭력 감수성이 예민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한다. 가정 폭력 등 폭력에 익숙한 환경에 놓여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근본적인 치료와 상담 없이는 같은 일이 또 반복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은 학생에 대한 면피용에 가까운 정신과 상담과 치료뿐이다. 결국 피상담자는 중징계 대신 받는 '벌'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청소년상담기관들은 설명한다.



학교폭력을 징계로만 해결하려는 건 고대 '함무라비 법전'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과의가 수술에 실패하면 그 손을 잘라버리는 식과 마찬가지다. 학교와 사회의 역할은 처벌이 아니다. 아무리 여론이 엄벌을 요구해도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기자수첩]'학교폭력에 징계'=가장 효과 없는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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