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센터에서 임종체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사진=윤기쁨 기자
내일 죽어도 후회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죽음은 예고도 없이 불현듯 찾아온다. 고령화 시대에 힐다잉(heal+dying:마음 편히 살다 잘 죽는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여생을 즐겁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준비하자는 취지다.
한 50대 남성은 "죽을 때가 가까워 오니 생각이 많아지고 감성적이 되는 것 같다"며 "바쁘게 살다가 놓친 것들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사람들이 추천해 임종체험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임종체험에 앞서 영정사진을 촬영했다./사진=윤기쁨 기자
관들이 놓여있는 장소로 이동하자 수의를 입은 체험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각자의 관 옆에 앉아 유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였음에 감사하고 당신들의 아들임이 자랑스럽습니다. 저승에 가서도 기도하겠습니다. 좋은 아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아니였어서 미안합니다. 나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체험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유언서를 낭독하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임종체험에 사용된 실제 화장용 관. 벽면에는 영정사진과 화환이 놓여았다./사진=윤기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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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에 긴 한숨이 계속 나왔다. 그 순간 기자의 눈앞에는 주름지고 등이 굽은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언젠가 찾아올 이별의 순간이 그려지며 코끝이 시큰했다. 마지막 떠나는 길이 이토록 외로울 줄 알았다면 더 잘해드릴 걸.
눈물이 흐를 듯한 기분에 관뚜껑을 열려고 시도했지만 생각보다 무거운 뚜껑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체념하고 기다리던 10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관 뚜껑이 열렸다. 관 안으로 쏟아지는 신선한 공기가 새삼 반갑고 고마웠다. 환한 불빛 속에 사람들을 둘러보자 '살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옆사람과 "앞으로 잘 살아봅시다"라는 덕담을 주고받은 후 2시간 임종체험이 끝났다.
짧은 입관 시간에 아쉬움을 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진혜주씨(27)는 "강의보다도 유언서 낭독이나 입관에서 느끼는 점이 많았는데 이 시간을 더 늘린다면 죽음을 더 잘 성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힐링센터를 운영하는 정용문 센터장은 "임종을 앞둔 사람은 죽음을 준비하고, 자살을 고민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허무한 죽음에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며 "임종체험은 자신이 죽고 남겨질 사람들을 떠올리고 나 자신과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