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의혹' DGB금융, 거세지는 내·외부 반발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7.09.12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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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반발 "즉각 사퇴해야" …사외이사 박 회장에 '진위여부 설명' 요구

'상품권 깡'을 활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을 두고 DGB금융 안팎의 반발이 점점 거세게 일고 있다. 노조 측은 박 회장에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사외이사들도 사태 진위여부를 묻고 나섰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을 포함한 DGB금융과 대구은행의 사내이사들이 지난 8일 DGB금융지주와 DGB대구은행의 사외이사의 요구로 '상품권깡', '비자금 조성' 등 의혹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외이사들 앞에 박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지난달 중순 DGB금융의 비자금조성 의혹이 알려진 이후 처음이다.
'비자금 의혹' DGB금융, 거세지는 내·외부 반발


DGB금융 한 사외이사는 "최근 DGB금융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주변 소식으로만 정보를 접하는 등 내부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박 회장 등 경영진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만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사외이사들에게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죄송하다"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과 대구은행 사외이사들은 우선 수사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사회나 임원추천위원회 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노조 측은 박 회장과 현직 임원들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비자금 조성의혹이 불거지고 난 이후 DGB금융이 신뢰성에 큰 타격을 받은 만큼 당장 사퇴하지 않고서는 수습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지난 8일 직접 노조를 찾아와 고개를 숙였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는 않았고 사퇴를 수습하겠다고 말만 했지 지금까지 어떤 수습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자금 조성 등의 사실 여부를 떠나 박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책임지는 자세로 전원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DGB금융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당장은 사퇴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에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앞으로 수사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법적공방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사외이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수사상황 등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사퇴여부를 떠나 DGB금융 회장과 대구은행장이 분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내부 투서로 시작된 이번 DGB금융의 사태가 권력집중현상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큰 만큼 회장과 은행장직을 분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박 회장의 회장과 대구은행장 임기는 모두 2020년 3월24일까지다.


금융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지방금융지주의 회장·행장 겸임에 대한 권력집중 문제가 제기되면서 BNK금융그룹과 JB금융그룹은 회장과 행장을 분리했다"며 "박 회장이 회장과 행장직에서 모두 물러나지 않고 은행장만 내려놓으면서 사태를 수습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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