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지금 한국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은?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7.09.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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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94>북한 6차 핵실험 후 ‘안전자산’ 찾는 사람들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 국민들이 느끼는 안보 불안감이 예전과 사뭇 달라 보입니다.

이번 6차 핵실험을 소위 ‘레드라인’(red line)을 넘은 행위로 심각하게 바라보는 국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에겐 대북 군사옵션이 더 이상 엄포용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전쟁이 정말로 나요?” 물으며 서로 웅성거리고, “미국인에겐 대피지침이 내려왔다면서요?”와 같은 거짓 루머도 주고받습니다.



정부도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결국 사드(THAAD) 4기의 추가 배치를 강행했고요.

이렇듯 안보 불안감이 한층 고조되면서 자신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본능도 따라서 커지고 있습니다. 북핵 리스크로부터 안전하게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은 뭔가요?"

북핵 위협을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위험자산을 처분하고 안전자산으로 갈아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때 안전자산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바로 금(gold)입니다.

실제로 금값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있은 다음날인 4일 한국거래소 KRX 금시장에서 1.74% 급등하며 올해 들어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급증했음을 보여주는 실질적인 증거가 되겠지요.


4일 KRX 금시장에서 금 현물가격은 그램당 4만8400원으로 마감, 올해 사상 처음으로 그램당 4만8000원 선을 넘어섰습니다. KRX 금시장에서 금값이 그램당 4만8000원 선을 넘은 건 지난해 11월 9일 이후 9개월여 만입니다.

8일에는 그램당 4만8950원선까지 치솟았습니다. 금값은 이번 주에만 2.59% 올라, 주간 기준으로 올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금 거래량도 급증했습니다. 4일 KRX 금시장에서 금 거래량은 7만8578그램을 기록, 1일 거래량 기준으로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많았습니다.

그런데 금을 찾는 건 비단 한국인들뿐만 아닙니다. 지난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현물가격은 온스당 13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금값이 1300달러를 넘어선 건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입니다.

8일에는 금 현물가격이 한 때 온스당 1362달러까지 오르며 이번 주에만 2.2% 넘게 급등했습니다.

물론 해외에서 금값이 오르는 이유는 단지 북한 핵 위협 때문만은 아닙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 연내 미 금리 인상 가능성 약화, 달러 약세 등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일 보고서에서 최근 금값 상승의 주요인이 북핵 리스크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북한 핵 위협이 해외 금값을 끌어 올리는 하나의 이유가 될지라도, 한국인들이 느끼는 위협 만큼이나 그 강도가 세지는 않습니다.

해외에선 투기 목적으로 금에 투자할지 몰라도, 한국에선 지금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자산보호 목적으로 금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한국거래소 KRX 금시장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매매 최소 단위가 1그램(g)이기 때문에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이 없습니다. 매매비용도 다른 방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그러나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억원대에 불과해 유동성이 낮습니다.

금 ETF에 투자하는 방법은 유동성이 풍부해서 아무 때나 원하는 수량만큼 매매가 가능합니다. 다만 세금이 높습니다. 해외 ETF의 경우엔 매매차익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가, 국내 ETF에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됩니다.

그리고 매매수수료도 KRX 금시장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비쌉니다.

그 다음은 은행에서 금통장을 개설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엔 수시 입출금과 적립이 자유롭습니다. 다만 매매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되고 매매비용이 매우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금 현물을 직접 구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시중 금은방이나 귀금속매장에 가면 골드바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금을 현물로 구입할 경우엔 부가가치세(10%)를 납부해야 하고 일정한 수수료를 추가 납부해야 합니다. 게다가 골드바 1킬로그램(kg) 시세는 5000만원이 훌쩍 넘고 100그램(g)짜리도 600만원에 달해 고액 투자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KRX 금시장이나 은행 금통장을 이용할 경우에도 금 현물을 인출할 수 있습니다. 이 때에는 부가가치세(10%)를 납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금 ETF는 현물을 인출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금도 안심이 안 된다면 해외주식과 채권,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북핵 리스크로부터 자신의 재산을 지킬 수 있는 한 방법이 됩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6일 현재 해외주식 직접투자 잔고는 78억1600만 달러(8조9000억원)로 지난해 말에 비해 30%나 급등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10조원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 핵 위협 속에서 금으로 갈아타고, 또 해외주식과 채권, 부동산으로 재산을 옮기는 사람은 부자들입니다.

그렇다면 가진 게 별로 없는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재산을 지켜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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