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털·광목천으로 만든 최초 생리대…"다시 옛날식으로"

머니투데이 모락팀 윤기쁨 기자 2017.09.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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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으로 나온 생리대②]여성의 인권신장과 함께한 생리대…돌고 돌아 면생리대로

편집자주 '생리'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인구의 반이 평생 35년, 1년 중 65일 동안 겪지만 언급은 금기시됐던 여성의 고통이 '생리대 파동'을 타고 터져나왔다. 유해물질 검출 논란은 생리대가 지닌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비싼 생리대 가격, 생리에 대한 인식, 생리대 변천사 등 생리의 모든 것을 짚어봤다. 

양털·광목천으로 만든 최초 생리대…"다시 옛날식으로"


#최근 강모씨(28)에게는 취침 전 면생리대를 빠는 게 일과가 됐다. 화장실에서 애벌빨래를 하던 강씨는 "결국엔 옛날처럼 빨아 써야 하는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며 "현대사회에서 과거로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양털 뭉치와 천을 거쳐 생리컵까지. 여성 인권신장과 함께 생리대는 변화했다. 하지만 최근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으로 면생리대와 같은 과거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



◇탐폰→일회용생리대→생리컵탐폰…돌고 돈 생리대
시중에서 판매중인 광목천./사진제공=천이랑리본이랑시중에서 판매중인 광목천./사진제공=천이랑리본이랑
조선시대 여성들은 질 좋은 광목천으로 '개짐'을 만들어 기저귀처럼 생리대를 착용했다. 현재 아프리카·인도 등 저개발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당시 생리는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져 여성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 천을 빨고 말려야 했다.

현대 여성들이 사용하는 생리 패드 형태는 19세기 후반 북미·유럽에서 시작됐다. 천(면) 조각으로 생리대를 대신했던 여성들은 이를 속옷에 고정하기 위해 벨트와 멜빵 등을 사용하면서 편의성을 더해갔다.



본격적인 개발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다. 면생리대를 빨 시간이 부족했던 종군 간호사들은 피 흡수력이 좋은 병원용 탈지면(셀루코튼)을 여러겹 싸서 임시로 사용했다. 이에 1921년 킴벌리클라크는 일회용 생리대 '코텍스'를 개발한다. 한국은 1971년 유한킴벌리가 최초로 '코텍스'를 선보였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탐폰은 사실 인류 최초의 생리대 형태이다. 약 5000년 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의 질에서 나무껍질의 섬유와 마를 사용한 탐폰이 발견된 것. 고대 문헌에 따르면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로 생리혈을 받았고,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부드러운 양털이나 잔디 등으로 흡수하는 탐폰을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회용 생리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생리컵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최초로 등장했다. 1937년 배우 차머즈(Chalmers)는 가황고무를 이용해 최초로 재사용이 가능한 생리컵을 개발했다. 그러나 전쟁으로 고무가 부족해지면서 생산이 중단됐고 1940년대 여성들은 다시 탐폰을 찾게 됐다.


◇ "안전한 생리대를 원한다"…전세계 여성들 '들썩'
여성환경연대 소속 회원들이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생리대의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2017.09.05)/사진=머니투데이DB여성환경연대 소속 회원들이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생리대의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2017.09.05)/사진=머니투데이DB
생리대는 여성의 편의를 위해 개발돼 왔지만 최근 건강·환경 문제가 부각되면서 일부에서 일회용 생리대 대신 과거 여성들이 사용하던 생리컵·면생리대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성들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미국인 말레나씨(27)는 "최근 생리컵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사람들이 생태계·건강 문제를 인식하고 친환경적 회사 제품을 사려고 한다"며 "이런 인식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면생리대를 찾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된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관리 기준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2014년 미국에서 한 여성환경단체가 자국 제품의 생리대 유해물질을 분석한 결과 스티렌·톨루엔·클로로포름 등 VOCs가 검출된 바 있다. 지난 5월 프랑스 경제부 산하기관인 '경쟁·소비·부정방지국'(DGCCRF)도 시판 중인 생리용품 27종의 성분을 검사한 결과 20종에서 프탈레이트·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신창왕씨(대만·20)은 "한국 생리대 파동에 대해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제품을 사용하지는 않는다"면서 "전에는 시판 생리대도 순면 성분으로 만들어 화학물질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 사건 이후 신경쓰게 됐다"고 전했다.

이인숙 건국대학교 여성학 교수는 "생리는 평생 400번 내외의 배란을 가능케하고 여성의 몸을 순환시키는 가임의 상징이자 종족 보존을 위한 현상이므로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며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은 여성에게 부여된 천부적 권리를 잠재적으로 타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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