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한 임대주택. 한층에 10개 이상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대학생들의 주거현실이 팍팍해지고 있다. 월세가 저렴한 기숙사는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일부 민자 기숙사는 인근 원룸보다 월세가 비싸다. 주변 월세도 가파르게 올라 대학생들의 부담은 늘고 있다. 결국 빠듯한 주머니 사정에 '지옥(지하방+옥탑방)살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부는 화재 등 안전에 취약한 불법쪼개기 방으로 향한다.
기숙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기숙사 월세는 오히려 인근 원룸보다 비싸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사립대별 민자기숙사 1인실 한달 이용료는 △연세대 SK 국제학사 65만5000원 △고려대 프런티어관 59만5000원 △건국대 민자 1·2 58만5000원 등이다.
특히 시세가 저렴했던 서울대 인근 원룸 월세와 보증금이 전년대비 21.6%, 95.7% 각각 상승했다. 다방 데이터분석센터 관계자는 "최근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 이뤄진 재건축·리모델링이 월세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숭실대학교 2학년 김모씨는 "1학년 때는 운 좋게 기숙사에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떨어졌다"며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원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주거의 질이 좋지 않은데도 비싼 월세를 내야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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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건립을 추진하는 '동소문동 행복기숙사'의 경우 주민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연내 착공을 목표로 현재 시공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주민을 위한 시설 등을 계획 중인데 주민들이 기숙사 건립 자체에 반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임대소득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 일부 집주인이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해석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다수의 대학생이 살 경우 주변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생각 자체가 황당하다. 오히려 상권 활성화 등 긍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임대수익 등의 문제를 말도 안되는 논리로 가리려는 게 어처구니없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주거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청년들의 주거비 문제가 크다. 정부가 주거수당 등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며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 직속 주거복지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거정책을 복지보다 투자로 봐야 한다. 청년층에게 투자해 선순환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주택 수당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