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체험해보니, 2시간 만에 허리가…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17.09.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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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기자, 한사랑마을 체험기… 하루 11시간 근무 사회복지사, 허리디스크는 직업병

'7일 사회복지사의 날'을 앞둔 5일 경기 광주에 위치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에서 본지 기자가 사회복지사의 하루를 체험하고 있다./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7일 사회복지사의 날'을 앞둔 5일 경기 광주에 위치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에서 본지 기자가 사회복지사의 하루를 체험하고 있다./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허리가 뻐근해진다.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경기 광주 사회복지시설 한사랑마을에서 사회복지사 체험을 시작한 지 2시간밖에 되지 않았을 때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청소와 목욕, 식사 지원까지 일이 끊이지 않는다. 허리 통증은 서서히 심해지더니 5시간이 지나자 펴기도 굽히기도 힘들다.



사회복지사에게 허리 디스크는 일종의 직업병이다. 문자 그대로 하루 종일 허리 펼 시간조차 없다.

7일 사회복지사의 날을 앞두고 5일 본지 기자가 경기 광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에서 사회복지사의 일을 잠시 체험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총 5시간 일했을 뿐인데도 허리 통증은 강했다.



한 방에 생활하는 장애인은 모두 7명. 이들의 식사와 목욕, 청소, 빨래 모두 사회복지사 1명이 담당한다.

이날은 이·미용 시간이 있는 날이라 유독 바빴다. 이·미용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시설을 찾아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오전 11시쯤 마무리되자 조혜경 사회복지사(25)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잘린 머리카락이 얼굴과 몸에 붙어 곧바로 목욕을 해야 한다. 휠체어에 쌓인 머리카락 청소도 조씨의 몫이다.

조씨는 "곧 점심시간이라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기자를 재촉했다. 키 160㎝인 조씨는 휠체어에 앉아 있던 장애인 은영씨(가명)를 번쩍 들어 올려 목욕실로 옮겼다. 팔 다리가 앙상하지만 30㎏ 정도 나가는 은영씨를 들어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목욕도 보통 일이 아니다. 척추측만증에 강직(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팔다리를 강하게 뻗어내는 현상)이 심한 장애인이 원하는 대로 가만히 있어 주는 게 아니라서다. 팔다리가 뻣뻣해 옷을 벗기고 입히는 일조차 어렵다.

한사랑마을은 중증장애인 중에서 가장 정도가 심한 '최중증' 장애인들을 담당한다. 뇌변병과 지적장애가 함께 있는 등 2가지 증상 이상을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사표시는 물론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7일 사회복지사의 날'을 앞둔 5일 경기 광주에 위치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에서 본지 기자가 사회복지사의 하루를 체험하고 있다. 점심식사 전 소독한 손수건으로 장애우의 손을 닦는 모습.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7일 사회복지사의 날'을 앞둔 5일 경기 광주에 위치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에서 본지 기자가 사회복지사의 하루를 체험하고 있다. 점심식사 전 소독한 손수건으로 장애우의 손을 닦는 모습.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점심시간은 오전 11시30분부터 12시까지다. 이 전에 식사 준비를 모두 마쳐야 한다. 침대에 누워 있던 장애인을 들어 휠체어에 앉히고 식판을 놓을 수 있는 선반도 설치해야 한다. 소독한 손수건으로 손을 일일이 닦아주고 7명 모두의 식사를 돕는다. 음식물을 씹을 수 없는 장애인의 경우 고기나 김치 등 반찬을 가위로 잘게 자르는 것도 사회복지사의 일이다.

조씨는 "동시에 7명을 번갈아가며 한 숟가락씩 떠먹여 줘야 한다"며 "오전에 일정이나 목욕 등으로 너무 바쁘거나 봉사자가 없을 때는 식사를 챙기는 일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허리디스크는 사회복지사의 직업병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번 넘게 20~50㎏ 이상 나가는 장애인들을 침대에서 휠체어로 들어 옮겨야 한다. 청소와 목욕, 식사를 돕는 일 모두 허리를 굽힌 채 진행된다.

낮 12시30분쯤 7명 모두 양치를 마치는 것으로 점심 일정은 끝났다. 기자는 겨우 2시간 남짓 일했는데도 허리가 시큰하고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사계절 내내 작업복은 반팔 티셔츠다. 일을 하면 계속 열이 나 한겨울에도 긴 팔 옷을 입을 수가 없다고 사회복지사들은 말한다.

사회복지사의 점심 시간은 겨우 30분이다. 다른 사회복지사가 식사를 마치면 교대로 다녀온다. 자리를 비운 만큼 누군가 2배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점심에도 여유 부릴 틈은 없다.

식사를 마치면 바로 청소할 시간이다. 시설 내 청소는 하루 3번씩 해야 한다. 자원봉사자 등 외부인 출입이 많아서다. 면역력이 약한 장애인들 위생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걸레가 수건보다 깨끗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오후 2시쯤 간식을 챙기고 중간에 척추측만증이 더 심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는 재활운동도 틈틈이 도와야 한다.

어느덧 시계는 오후 3시를 가리켰다. 이제 곧 중간 휴식시간이지만 조씨는 쉴 수 없다. 2시간마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체온 등 건강도 체크해 문서로 기록해야 한다. 머리를 쿵쿵 박으며 자해를 하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친구가 없는지도 수시로 챙겨야 한다.

조씨는 "휴식시간에 쉬면 1시간 허리를 펼 수 있겠지만 쉰 만큼 일이 밀려 있어 더 바쁘다"며 "내가 쉬면 다른 선생님(사회복지사)이 그만큼 고생해야 해 서로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한사랑마을 사회복지사는 하루 11시간씩, 1주일에 6일 일한다. 2교대 체제다. 주간근무는 오전 8시반부터 오후 7시반까지, 야간근무는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휴식 3시간 제외)까지 일한다. 일주일에 66시간씩 일하는 셈이다. 법정 근무시간인 주 40시간을 훌쩍 넘는다.

아픈 허리는 겨우 파스 몇 장으로 견딘다. 시설에서 병원 물리치료비를 지원하지만 주말 근무가 끼거나 교대 근무를 서면 도통 시간이 나지 않는다.

조씨는 "최소한 장애인 2~3명당 사회복지사 1명이 담당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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