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이너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동욱)는 5일 진행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이모씨(56)에게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판결을 받아들여 징역 9개월,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올해 4월 30일 오전 10시 20분쯤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휴지 뭉치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현관에 던진 혐의(현주건조물 방화)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버지 이씨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를 지지했지만, 큰딸은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다.
이씨는 아내의 '밤새 어디 있었느냐'는 추궁에 재차 말다툼을 벌였고, 가족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큰딸은 이씨가 던진 불붙은 휴지 뭉치를 발로 밟아 끄고 나서 경찰에 이씨를 신고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이씨가 저지른 가정폭력의 연장선으로 보고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씨는 2001년 아내를 둔기 등으로 폭행한 혐의를 인정받아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처벌을 받았다. 이씨는 가정법원에서 수차례 부부싸움으로 보호처분 결정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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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사건은 가정폭력 사건이 방화로 드러난 범죄라고 본다"며 "피고인 범죄의 중한 정도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가족들의 피해가 없지만 다시 피고인에 대해 집행유예가 이뤄진다면 그 기간에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반드시 일정 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교화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씨의 변호인은 이번 사건을 가정폭력의 연장선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미 16년이 지난 사건을 가져와 이씨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씨의 시도가 실제 방화로 이어지지 않았고, 피해자로 볼 수 있는 큰딸과 아내가 선처를 원한다는 점에서 집행유예를 포함한 감형을 요청했다. 최후 변론에서 이씨는 "다시는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며 "술을 끊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모든 재판 과정을 지켜본 배심원단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 자체의 위험성이 거의 없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다만 재범의 우려에 따라 이씨에 대한 보호관찰이 필요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을 그대로 받아들여 징역 9개월,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일종의 가정폭력의 일환으로 범해졌다고 본다"며 "피고인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되 보호관찰을 붙여 어느 정도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