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된 것 없다" 한미 FTA 공동위 종료… 입장차 확인 '탐색전'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정혜윤 기자 2017.08.22 17:01
글자크기

(종합)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우리 입장 충분히 전달…한미 FTA 현행대로 유지해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특별공동위원회에 참석 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특별공동위원회에 참석 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어떤 합의도 없었다.”(유명희 자유무역협정(FTA) 교섭관)

한·미 FTA의 개정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으로 주목받은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8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합의를 내지 못하고 종료됐다. 애초에 문재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통상라인의 상견례 성격이 강했던 자리. 한·미 FTA에 대한 구체적 입장차이를 확인한 점은 성과로 분석된다.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 측은 무역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즉시 협정을 개정하자는, 우리 측은 상호호혜적 협정인 만큼 실효 분석이 먼저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진다.

22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시작된 특별 공동위는 오후 4시15분쯤 종료됐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0분간 영상회의를 시작으로 고위급 대면 회의가 이어졌다. 우리 측에서는 유명희 FTA 교섭관, 여한구 통상정책국장이, 미국 측에서는 마이클 비먼 USTR 대표보, 제이미어슨 그리어 대표비서실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8시간 마라톤 회의는 양측의 카드를 처음 공개하는 탐색전이었다. 김 본부장은 영상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첫 협상은 예측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유 교섭관도 대면회의 종료후 “(한·미 FTA 개정에 대한) 의견차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미 FTA 개정의 분수령이 될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은 무역불균형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USTR은 특별 공동위 개최를 요구하면서 "(무역수지 불균형 측면에서) 한미 FTA의 개정 및 수정 가능성을 포함한 협정 운영상황을 검토하고"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미 FTA 발효 이후 5년 동안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상품교역)가 두 배로 늘어났다'고 공공연히 지적해 왔다. 특히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상대적으로 적자폭이 큰 부분에 대해 개정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맞선 우리 협상단은 '한·미 FTA는 상호호혜적 협정'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이 상품 교역에서 흑자를 보고, 미국은 서비스 교역에서 흑자를 내는 만큼 이익의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우리 측 논리다. 미국의 대(對)한국 서비스수지 흑자액은 2015년 144억달러, 지난해 101억달러에 달한다. 나아가 올해부터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이 이뤄지는 등 무역수지 불균형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강조한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객관적인 접근을 위해 한·미 FTA 발효 효과를 공동으로 분석하자고 미국 측에 역제안했다. 이는 공동결과를 진행할 경우 앞으로의 협상이 우리 측에 유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자체 조사에서는 한미 FTA가 아니었다면 무역적자가 283억달러가 아닌 440억달러로 증가했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한·미 FTA로 미국도 이익을 얻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결론이 공식화될 경우 한·미 FTA는 현재의 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FTA는 우리에게 유리한 협정"이라며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김 본부장은 미국 측 재협상 요구에 "결론을 도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협정의 개정·수정과 관련해 양측이 합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우리 측이 공동연구 등을 이유로 개정 협상 개시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전체 일정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설혹 개정 협상 개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실제 개정 협상을 진행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90일에서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통상절차법에 따른 과정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양측이 개정합의를 한 뒤 의회에 협상 개시 의향을 통보한다. 이후 연방관보 공지, 공청회 등을 거쳐 협상개시 30일 전에 협상 목표를 공개한다. 이 같은 과정을 밟고 나서 개정 협상 개시 선언을 한다. 하지만 미국 산업계에서 한미 FTA 개정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갈리는 등 내부 의견 조율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통상절차법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이후 공청회 개최, 통상조약 체결계획을 수립한다. 관련 안건은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거친 뒤 국회 보고를 해야 개정 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공동위는 FTA 상호 협력관계가 한 단계 올라갈 방안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무조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단 자유화 수준이 높고 포괄적인 FTA가 될 수 있게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시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양쪽에서 만나서 합리적으로 데이터를 갖고 얘기할 좋은 기회"라며 "철강 등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