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이유 더 남았나?"…현실 직면한 美증시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08.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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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지수 추락·美국채 강세·중소형주 하락 등 경고신호 잇달아…"이제야 현실 인식"

"11월9일 이후 시장은 현실과 단절된 것처럼 움직였다. 투자자들이 마침내 이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8760억 달러(약 997조 원)가 넘는 돈을 운용하는 미국 독립 투자운용사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최근 미국 뉴욕증시를 이렇게 진단했다. 지난해 11월9일 미국 대선 이후 뉴욕증시가 고공행진한 것은 근거 없는 낙관론에 따른 것으로 시장이 이제야 현실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고공 행진하던 뉴욕증시는 지난 2주 동안 2차례의 큰 부침을 겪었다. 다우지수는 1주일 간격으로 2번이나 3개월 만에 가장 크게 주저앉았다. 글로벌 증시도 뉴욕증시에서 모처럼 일어난 투매 파문을 피할 수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8년간 이어진 강세장이 끝났다고 단정하긴 이르지만 많은 이들이 미국 대선 이후의 시장을 특징짓는 무차별적인 낙관론이 사라지고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좋아질 일보다 나빠질 게 더 많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의 최신 설문조사에서는 약 33%가 6개월 내 주가 하락을 예상했다. 지난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강세장을 예상한 비율은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9개월 연속 40%가 넘었지만, 이번엔 34%에 불과했다.



WSJ는 경고신호가 늘고 있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계속 사야 할 이유는 동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우 운송업종지수 추이/자료: 블룸버그다우 운송업종지수 추이/자료: 블룸버그


신문은 대표적인 경고신호로 다우 운송업종지수가 최근 1개월간 7% 가까이 하락한 걸 들었다. 이 지수에는 항공, 철도, 트럭 등 미국 주요 운송 대기업 주가가 반영된다. 지수가 하락한 건 미국 제조업 경기와 소비력이 약해진 방증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채가 올 들어 꾸준히 강세를 보인 것도 증시에서는 위험 신호로 인식된다. 미국 국채는 불안 요인이 많을 때 수요가 느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미국 경제,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성장 공약에 대한 불신이 안전자산 수요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미국 대선 이후 상승세가 돋보인 중소형 주의 부진도 눈에 띈다. 뉴욕증시의 중소형 주 지수인 러셀2000은 지난달 말 고점에서 6.4% 떨어져 올해 상승분을 거의 모두 내줬다.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친 성장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진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는 기업 감세와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 등을 공약했지만 단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문제는 트럼프의 친성장 공약 입법 가능성이 더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그가 러시아 스캔들에 이어 인종차별 옹호 논란으로 국정 장악력을 대거 상실한 탓이다.

마켓워치는 잠잠했던 미국 증시에 대한 경고신호가 이외에도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독일 증시의 탈동조화 △공포지수(변동성지수·VIX)의 200일 이동평균 상향 돌파 △금시장 랠리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증시에서 경고신호가 부쩍 늘어난 건 현실에 대한 실망감과 잠재적 불안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당장 미국에서는 교착상태인 의회가 다음 달 29일까지 채무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10월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9월 말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사태도 불가피하다.

이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자산축소(양적긴축)와 추가 금리인상으로 통화긴축 강도를 높일 태세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브루스 비틀스 로버트W베어드 수석 투자전략가는 시장이 곤경에 빠지기 전에는 보통 금리가 오르거나 소비가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FRB는 2015년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기준금리를 4차례 올렸고 미국 가계부채는 지난 2분기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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