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산 계란 살충제 안전관리대책 관련 현안보고 중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17.8.17/뉴스1
주무부처가 위기의식을 갖고 마련한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차단하고, 더 큰 재앙이 발생한 후에야 부랴부랴 정책을 재탕하는 행정 난맥상의 전형이다. 이 과정이 '살충제 계란'을 잉태했고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낳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당시 마련한 안의 핵심은 '부적합 계란 유통 방지'다. 생산자와 유통업자를 모두 지도, 교육해 부적합란의 생산을 차단하는 내용이다. 또 균 감염, 항생제 잔류 등도 사전에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연히 만들고 시행됐어야 할 관리 대책이다. AI 유행으로 인한 대대적인 살처분 비극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살충제 계란 유통을 보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멀쩡히 만들어지고도 시행되지 못한 대책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식용으로 부적합한 계란을 판매한 농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계획도 담았다. 유통기준을 개정해 농가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지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등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제대로 시행됐다면 모두 고농도 살충제 사용으로 인한 '살충제 계란' 생산 및 유통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관리감독 강화를 규제로 본 식품유통 기업들과 양계, 유통업단체들의 반발로 대책은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시행되지 않았다.
한 국회 관계자는 "살충제 계란 사태가 터진 후 농가들은 대부분 '깜짝 놀랐다'보다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현장에서는 이미 위생관리의 구멍을 폭넓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인식개선만큼이나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와 철저한 안전 관리감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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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등 큰 파문을 거치면서도 마냥 미뤄지고 있는 전문 GP(grading&packing 계란선별및포장작업)센터 설립 등 근본적인 대책을 문재인정부가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계란 등을 검사하는 검란은 대부분 유통업체들의 육안검사나 농가의 단순 선별에 의존하고 있다. 눈으로 봐 문제가 있거나 금이 간 계란만 걸러내고 대부분 그냥 출하하고 있다는 의미다.
식품유통 선진국인 독일의 경우 GP센터에서 처리한 것만 포장과 유통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GP센터 처리가 의무화되지 않았지만 GP의 처리량이 80%에 이른다. 한국은 GP센터 처리 비율이 57%(2016년 기준)로 집계되지만 대부분 제대로 된 검란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육안으로만 검사가 이뤄지는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농축산공약으로 양계GP센터 설립 추진을 약속한 배경이다.
16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한 계란 선별·포장 센터에 계란 물량이 부족해 공장 가동이 일시적으로 멈춰 있다. 농식품부는 전국 산란계 농가 1239곳 중 245곳의 조사 결과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가가 2곳,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한 농가가2곳으로 총 4곳의 농가에 부적합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한편 전수 조사 결과 적합으로 판정된 농장의 계란은 시중에 유통을 허용한다고 밝혔다.2017.8.16/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