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자산 추이(단위: 백만달러, *음영은 경기침체기)/자료: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각 중앙은행의 자료를 근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 스위스와 스웨덴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산이 모두 15조 달러가 넘는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총 자산 규모는 ECB가 약 4조9000억 달러로 최대였다. 이 중 유로존 국채만 2조 달러어치에 이른다. 다음은 BOJ(4조5300억 달러)로 일본 국채 비중이 85%에 달했다. FRB가 보유한 자산은 약 4조4700억 달러로 미국 국채가 55%가량을 차지했다.
FRB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지면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직후인 2008년 11월부터 2014년 말까지 3차례에 걸쳐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2014년 1월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에 착수해 같은 해 10월에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했다.
2008년 초만 해도 FRB의 장부상 자산은 1조 달러를 밑돌았다. 3차례의 양적완화로 불린 자산이 3조 달러가 훌쩍 넘는다는 얘기다. FT는 FRB가 과거에도 2차 대전 등으로 자산을 크게 늘린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여러 중앙은행이 10년 가까이 자산 매입 공조를 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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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늘어난 자산 규모를 줄여 정상화하는 일도 당연히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시장은 물론 중앙은행들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게 양적완화는 그동안 전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중앙은행들이 국채를 대거 매입하면서 국채 금리가 추락(국채 가격 급등)하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의 가격이 치솟는 등 위험자산시장에서 거품 우려가 고조됐다.
FRB는 연내에 양적완화로 늘린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FRB가 9월에 양적긴축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양적완화에서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데이비드 베셀 허친슨 재정통화정책센터 소장은 정책당국자들이 2013년에 일어난 '긴축발작'(taper tantrum)으로 뜨거운 맛을 본 만큼 매우 신중하게 부양책 철회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긴축발작의 재발 위험이 큰 만큼 중앙은행들의 자산 축소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긴축발작은 2013년 당시 FRB 의장이던 벤 버냉키가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걸 말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리처드 터닐 투자전략가는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간을 두고 매우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채권 금리도 매우 서서히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24~26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재닛 옐런 FRB 의장이나 드라기 총재 등의 입을 통해 통화정책 향방에 대한 실마리가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