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법 만드는 사회, 상상해 본 적 있습니까?"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17.08.2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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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내삶을 바꾸는 개헌4]中-①개헌특위 논의 들여다보니…

"내 손으로 법 만드는 사회, 상상해 본 적 있습니까?"


#"당신이 직접 법안을 발의하는 사회를 상상해 본 일 있습니까?"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 뜻을 모아 직접 법률안을 제안하는 사회가 오면 어떻게 될까? 국민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는 사회가 될까? 아니면 서로 다른 수많은 주장들이 충돌히며 오히려 혼란에 빠지게 될까? 검사장을 국민이 직접 뽑는 사회는 어떨까? 검사장을 직접 뽑는다면 검찰 사회의 줄서기, 눈치보기가 해소되지 않을까?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는 권력구조 개편 뿐 아니라 기본권·참정권 확대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30년간 이어져온 ‘87년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포스트 1987’ 시대를 그려보자는 시도다.



현재 개헌특위 논의의 주요한 축은 역시 권력구조다. ‘5년 단임제’의 한계에 초점을 맞추고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4년 중임 대통령중심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제왕적 권력을 갖는 ‘대통령중심제’의 한계에 초점을 맞추고 ‘분권형대통령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그러나 권력구조 개편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를 위한, 정치에 의한 개헌’으로 끝나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개헌특위 내에도 존재한다. 개헌특위 출범 당시 제1소위 위원장을 맡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87년 이후 변화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여건에 걸맞은 가치와 규범을 정리하고 당면한 시대적 과제의 해결과 미래 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헌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통치구조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내 삶을 바꾸는 개헌’이 되기 위해서는 논의의 틀을 권력구조에서 다양한 범주로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률안 국민발안제’ 논의도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국회의원과 정부만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헌법(52조)을 개정하자는 시도다. 찬성하는 쪽은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국민발안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유형과 심의 절차 등에 대한 정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국회가 심의·의결권을 갖고 국회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식이다. 이번 탄핵사태처럼 비상한 상황, 직접민주주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에서만 허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반대하는 쪽은 재정 부담, 포퓰리즘적 법률안 남발에 대해 우려한다. 또 내각제 정부형태로 권력구조를 개편한다면 국회 해산과 조기 총선 등의 절차가 더 낫다는 시각이 있다.

‘헌법개정안 국민발안제’ 도입 여부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은 헌법에 국민이 헌법개정안을 발안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스위스는 국민 10만명 이상의 제안으로 헌법개정을 발안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1954년 제2차 개헌에서 도입됐다가 1972년 제7차 개헌에서 폐지됐다. 국회 개헌특위는 국민주권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국민발안제 부활에는 대체로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다만 구체적 심의절차에 대해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국회 개헌특위는 검사장 주민직선제 도입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검찰개혁을 위해 검사장 승진제도에서 비롯되는 권력줄서기·눈치보기 폐해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주민직선제로 인해 오히려 검찰이 정치화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의 주에서 검사장 주민직선제를 실시하는 미국에서도 선출된 지방검사의 부패를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검사가 수사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밖에 △생명권 △안전권 △망명권 △보건권 △정보기본권 △사상의 자유 등 다양한 사회변화를 반영하기위한 새로운 기본권을 헌법에 명시할지 여부도 논의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 수도에 대한 규정이 없는 만큼 수도 규정 신설여부도 주요 쟁점 사안이다. 기본권을 보장받을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사안, 지방분권강화, 재정민주주의 제도 개편 등도 논의중이다.

전문가들은 개헌논의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1987년 6월항쟁 결과 국민들은 ‘직선제개헌’을 쟁취했다. 국민의 손으로 직접 통수권자를 뽑는다는 것은 당시 시대가 추구하던 가치였고 최대의 염원이었다. 그러다보니 ‘직선제 개헌’ 이외의 가치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 그러나 1987년 탄생한 헌법이 지닌 한계는 2016년 탄핵사태를 겪으며 극명하게 드러났다. ‘개헌논의’는 그렇게 다시 수면위로 부각됐다. 이제 어떤 결실을 맺을지는 국민의 의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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