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의 반격..'분식' 의심 KAI에 '영업익 적게 책정' 평가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김훈남 기자 2017.08.1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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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회계 KAI 감사의견 '적정' 정면돌파…검찰·금감원과 정반대 결론

삼일의 반격..'분식' 의심 KAI에 '영업익 적게 책정' 평가


한국항공우주 (51,800원 ▼1,900 -3.54%)(KAI)가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기간에 대한 감사의견이 적정할 뿐 아니라, 오히려 영업이익을 적게 계산했다는 정정공시를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KAI가 과거 이익을 부풀렸다고 보고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AI는 전날 저녁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제출하고, 2013~2016년 실적에 대한 정정공시를 했다. 정정공시 대상 사업보고서와 올해 반기보고서에 대한 외부감사인 의견은 적정으로 결정했다.



KAI와 삼일회계법인이 검찰 수사와 금감원 감리를 받으며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재무제표까지 재점검한 결과다. 정정공시를 한 기간은 하성용 전 KAI 사장 재임기간으로, 검찰이 분식회계를 의심하는 기간이다.

정정공시를 살펴보면 2013~2016년 기존 보고서상 영업이익은 되레 적게 책정됐다. 2013년 연결당기순이익은 900억에서 362억원으로 정정됐지만 2014년에는 1111억에서 1324억으로, 2015년에는 1805억에서 2591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정정 공시된 2013∼2016년 기준 누계 매출액은 기존에 비해 350억원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34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KAI는 그동안 건설·조선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매출을 집계했다. 협력업체에 대금(선급금)을 지급할 때 매출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번에 협력업체 '사업 진행률'에 따라 매출을 인식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원재료 투입 같이 이익 및 손실의 증감이 예측되는 시점에 즉시 회계에 반영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영업이익이 734억원 만큼 과소계상돼 있었다'는 정정공시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삼일의 반격..'분식' 의심 KAI에 '영업익 적게 책정' 평가
결과적으로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과 금융당국의 조사결과에 앞서 KAI와 삼일회계법인이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수사 결과 '분식회계'가 드러나면 삼일과 KAI의 부담도 더 커질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AI가 마음먹고 분식 사실을 숨겼다면 모를까, 전날 정정공시로 삼일회계법인이 분식회계 책임을 더 떠안게 된 모양새"라며 "KAI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AI의 이번 분기보고서 공시로 폭락한 주가 역시 단기적으로 하락방어선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달 1일 주당 5만2500원에 장을 마감한 KAI는 이튿날 검찰과 금감원의 분식회계 조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락세를 걸었다. 북한과 미국의 무력 긴장감 고조로 방산주가 주목받은 시장에서도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4일 KAI 종가는 3만6900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29.7% 하락했다.

증권업계는 분식회계 이슈가 불거지면서 재무상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간 점을 폭락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거나 목표주가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등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이번 반기보고서가 향후 주가 방향성을 좌우할 주요 지점으로 평가받은 것도 이 분식회계에 따른 재무제표 신뢰성 회복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수사 전 외부감사인의 판단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으로 평가받은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반기보고서와 정정 공시로 분식회계 의혹을 걷어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분식회계 수사소식 이후 30% 가까이 빠진 주가도 상당부분 회복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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