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르고 욕설 훼손까지… 박정희 기념물 '수난'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7.08.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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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방화사건 이어 8일 도서관 표지석에 욕설도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이 빨간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훼손돼 있다./사진=뉴스1<br>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이 빨간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훼손돼 있다./사진=뉴스1


전국 각지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 시설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40대 남성이 박 전 대통령의 생가 추모관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박 전 대통령의 흉상과 기념도서관 표지석 등이 잇따라 붉은색 락카로 훼손되고 있다.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번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8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새벽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에 있는 표지석에 누군가 붉은색 락카로 '개XX'라는 욕설을 써서 훼손했다. 같은 낙서는 표지석 뒤편에도 쓰여 있었으며 주민 신고로 발견됐다.



박 전 대통령 기념시설물의 이 같은 훼손은 지난해 말부터 집중돼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정국을 맞은 뒤 이에 대한 원망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번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12월1일 오후 3시 15분께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추모관 내부가 소실된 모습./사진=뉴시스<br>
지난해 12월1일 오후 3시 15분께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추모관 내부가 소실된 모습./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1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추모관에는 방화 사건이 발생해 영정은 물론 내부까지 모두 탔다. 방화범인 백모씨(48)는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로 인해 소방서 추산 337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불만을 품고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된 백씨는 징역 4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5일 최모씨(32)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흉상을 붉은색 락카로 칠하고 망치로 수차례 내려친 혐의로 기소됐다. 흉상 아래 1.8m 높이 기둥에 락카로 '철거하라', '5·16 혁명 발상지'라고 쓴 혐의도 받았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경제 발전을 빌미로 수많은 비민주적 행위와 법치를 훼손한 인물"이라며 자신의 SNS를 통해 일갈하기도 했다.

1966년 6관구 사령부가 있던 시절 처음 설치된 해당 흉상은 한때 철거되기도 했었다. 2000년 11월엔 시민단체 회원들이 흉상을 철거해 홍익대로 옮겼다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철거해야 한다는 쪽과 교육적으로 필요하다는 민원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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