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최후진술서 '국민연금' 세 번 언급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7.08.0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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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손실 입혔다"는 기업데이터 분석 업체의 오보 데이터가 사실 왜곡, 억울함 호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 최후진술에서 '국민연금'을 세 차례나 언급했다. 이는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을 이용해 사익을 취했다는 특검 주장에 대한 이 부회장 자신의 '항변' 이자 재판부를 향한 '호소'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 일가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모든 것이 본인 부덕의 소치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관련 의혹에 대해선 '결코 아니다',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너무나 심한 오해' 등의 표현을 써 가며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그는 '이 오해만은 꼭 풀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국민의 노후자금에 손실을 입혔다는 주장은 지난해 11월 기업데이터 분석 업체 C사가 잘못 추출한 데이터를 인용해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합병을 밀어주고 5900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는 보도로 확산되면서 비롯됐다.



당시 C사의 자료를 인용한 언론사는 합병 전후 자산평가손익을 계산하면서 국민연금은 보유 주식을 판 이후 남은 주식가치로, 이 부회장은 추가 현금으로 매입한 후 보유주식 가치로 비교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의 자산가치가 이 부회장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것처럼 왜곡된 것. 실제로는 이 부회장이 금액으로는 국민연금보다 더 많은 손실(손실률은 동일)을 입었지만, 잘못된 보도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고, 이 부회장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 독방에서 이날 최후진술 원고를 직접 쓰면서 이런 억울함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억울함과 함께 삼성 창업주이자 조부인 고 이병철 창업회장의 경영철학인 '사업보국'(사업을 통해 국가에 보답한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는 자책감은 그가 국민연금 의혹에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본인 진술대로 스스로 '법과 정도를 지키는' 존경받은 기업인이 되기를 원했다. 이런 이 부회장 입장에서 '본인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국민연금에 손을 댔다는 의혹은 가장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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