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이재용 책임지게 할 생각 없었다…정유라 지원 얘기 안해"

뉴스1 제공 2017.08.0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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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가 책임질 일 만들 필요 있나" 李 보호
"이재용에 보고했다면 '스톱'해줬을텐데" 후회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이균진 기자 =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 등 48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7.3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 등 48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7.3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66)이 삼성의 최순실씨(61) 일가에 대한 지원을 이재용 부회장(49)에게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으로서 후계자가 책임질 일을 만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있다"고 검사의 질문에 답했다.

최 전 실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공여 혐의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2차 독대 당시 승마협회 건으로 질책받았다. 전임 회장사인 한화보다 지원이 미진하단 것이 주된 질책 사유였다.

삼성 측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독대 후 이를 최 전 실장에게 알렸고, 최 전 실장은 구체적인 질책 사유를 알아봤다. 이를 위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전 대한승마협회장)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기 위해 독일로 급히 출국한다.



박 전 사장은 피고인신문때 독일에서 박 전 전무로부터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는 말을 듣고 최씨의 영향력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귀국해 이를 최 전 실장에게 알리며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예상된다'고 보고 했고, 최 전 실장은 지원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을 이 부회장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최 전 실장은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정유라'를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유언비어 같은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알리는 게 적절한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마지원과 관련된 개요는 후에 이 부회장에게 어떤 기회가 있어서 얘기했다"면서도 "정유라씨에 대한 이야기는 끝내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 부회장이 삼성의 최씨 일가 지원 과정에서 한 걸음 비켜서 있었다는 증언이다.

최 전 실장은 "지금 와서 보면 이 부회장한테 보고했다면 '스톱'을 해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2014년 9월 1차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승마협회를 한화에서 넘겨받아 맡아 달라는 요청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도 밝혔다.

최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평소 체육 진흥 등에 관심이 많고 이와 관련된 공약도 있었다"며 "삼성이 능력이 있기에 맡아서 제대로 해보란 의미로 가볍게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2015년 7월25일 2차 독대를 앞두고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말씀자료'는 "준비한 사실이 없다"고 부정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기 전, 이 부회장과 함께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찾아가 나눈 대화도 자신이 주도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배석했던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은 이 부회장이 '플랜B는 없다' '이번에 꼭 성사시켜야 한다' 등 말을 했다고 진술했지만, 최 전 실장은 "주로 나와 김종중 전 사장이 홍 전 본부장의 질문에 답했다"고 공단 직원들의 진술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큰 취지로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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