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요건 강화…중견기업계 "제도 취지 역행" 우려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17.08.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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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납부능력 요건 신설...공제 요건인 가업영위기간도 대폭 늘려

정부가 중견기업의 가업상속공제제도 적용 요건을 강화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자 중견기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자칫 중견기업들이 장수기업으로 영속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중견기업 상속인의 가업상속재산 외 상속재산이 상속세액의 1.5배 이상일 경우 가업상속공제에서 배제하는 내용이 신설된다. 상속세 납부 능력이 있을 경우 공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중소기업과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하면 최대 500억원(20년 이상) 한도까지 상속세과세가액에서 공제해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가업상속공제제도가 당초 취지와 달리 편법 상속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가 요건 강화에 나선 것이다. 독일도 공제대상 가업상속재산이 2600만 유로(한화 약 345억원) 이상일 경우 상속세 납부 능력을 심사해 공제 여부를 결정한다.



중견기업계는 편법 상속을 막기 위한 정부의 고민은 이해하지만 일률적인 규제는 오히려 장수기업 육성이란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중견기업 한 관계자는 "회사 매각으로 수천억원대 자산을 형성한 기업인이 벤처를 창업한다고 해서 벤처 관련 세제혜택을 안 받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원칙대로 요건을 충족하고 가업을 승계했다면 세제혜택도 동등하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가업상속재산 외 상속재산이 상속세액의 1.5배 이상이면 공제 혜택을 못 받게 했는데 도대체 어떤 근거로 기준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상속세 징수에만 무게를 두기보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을 지속시켜 일자리와 법인세를 확보하는 것이 국가경제 발전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제한도의 기준이 되는 가업 영위 기간을 늘린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현재 10년 이상(공제한도 200억원), 15년 이상(300억원), 20년 이상(500억원)인 가업 영위 기간을 10년 이상, 20년 이상, 30년 이상으로 조정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20년 이상 가업을 꾸리면 최고 500억원의 공제한도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30년 이상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남영호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업승계를 희망하는 기업들의 속성과 바람을 모르고 책임경영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가업승계의 본질이 기업가정신의 승계라면 그저 20년, 30년을 늘릴 게 아니라 선대가 살아있을 때 승계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 증여세 부분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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